키지궁 방문조사…최대 피해 베르가모지역 봉쇄 지연 경위 추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베르가모에 대한 봉쇄 조처를 미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주세페 콘테 총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지방검찰은 12일(현지시간) 오전 총리 집무실이 있는 로마 키지궁을 찾아 콘테 총리의 진술을 받고 있다.
롬바르디아 주도인 밀라노와 인접한 베르가모 프로빈차(Provincia·우리의 시·군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행정구역)는 서울 면적의 4배가 조금 넘는 크기에 인구 110만명가량인 지역이다.
하지만 전날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1만3천710명으로 대도시인 밀라노·토리노·브레시아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많다. 사망자도 5천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베르가모의 피해가 이처럼 커진 배경에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롬바르디아 코도뇨에서 2월 21일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틀 뒤인 23일 베르가모 프로빈차의 소규모 마을인 알차노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곧바로 봉쇄 조처를 내리지 않고 미적거렸다는 것이다.
코도뇨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되자마자 코도뇨를 비롯한 인근 10개 마을을 '레드존'으로 지정하고 주민 이동을 전면 통제한 것과 대조적인 대응이다.
베르가모지역은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난 3월 8일에서야 롬바르디아 나머지 지역과 함께 레드존으로 묶였다.
검찰은 콘테 총리를 대상으로 이처럼 봉쇄가 늦어진 배경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앞서 먼저 검찰 조사를 받은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와 갈레라 주 보건장관은 봉쇄는 전적으로 중앙정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콘테 총리를 비롯한 내각 책임자들은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롬바르디아가 독자적으로 봉쇄 조처를 시행할 정책 수단을 갖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콘테 총리와 함께 방역 총괄 책임자인 로베르토 스페란차 보건장관과 루치아나 라모르게세 내무장관 등도 조사한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직무유기 또는 과실에 따른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현재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3만6천142명으로 미국·브라질·러시아·인도·영국·스페인 등에 이어 7번째로 많다. 사망자 규모는 3만4천167명으로 미국·영국·브라질 등에 이어 네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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