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체투자 인기 시들…올들어 자금유입 '뚝'

입력 2020-06-14 07:10  

코로나에 대체투자 인기 시들…올들어 자금유입 '뚝'
설정액 매년 30%씩 늘었는데…올해는 상반기 4.5%↑
현장실사 중단되고 전망 어두워진 탓…"조만간 재확대"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국내외 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대체자산 펀드에 신규 투자자금 유입이 올해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규 투자 활동이 제한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체투자(부동산·특별자산·혼합자산)와 관련한 국내 공모 및 사모 펀드 설정액은 지난 11일 기준 240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조3천억원(4.5%)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이 60조원 늘었음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선 월평균 증가액이 전년 대비 약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셈이다.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은 2015년 77조6천억원(이하 연말 기준), 2016년 99조4천억원, 2017년 130조1천억원, 2018년 170조3천억원, 2019년 230조3천억원으로 최근 몇 년 새 매년 30% 안팎의 높은 증가세를 보여왔다.
펀드를 거치지 않고 국내 기관이 직접 투자한 자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대체자산 투자에 몰린 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이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체투자에 자산배분 비중을 늘려온 영향이다.

올해 들어 이런 자금 유입 흐름이 끊긴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투자와 관련한 신규 프로젝트가 대부분 중단되거나 미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의 절반을 웃도는 해외 투자펀드의 경우 현지 부동산 등에 대한 현장실사가 제한되면서 신규 투자가 정체됐다. 대체투자 펀드 중 해외 비중은 52%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구조 변화로 대체자산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대체투자 확대를 신중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및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오피스, 상가 등의 임대수익 전망은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및 글로벌 부동산시장은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수익 감소, 물가 하락, 부동산 금융시장의 불안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투자가 주춤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그동안 중단됐던 사업을 필두로 대체투자가 재활성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다른 대안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한세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사모펀드 대체투자 출자자(LP)들이 올해 출자 약정계획을 축소했다"면서도 "그러나 우량 거래상대방과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투자 자산의 특성상 감염병으로 인한 중장기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와 주식 변동성 확대로 사모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유입은 재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오피스나 상가보다는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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