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주민, 약탈 피해 한인 식당에 '십시일반' 온정
28년 전 LA 폭동 교훈…한인사회 '인종차별 반대' 성숙한 대응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우리의 한인 식당 '마마(mama) 김'을 도웁시다"
지난달 말 미국의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는 이러한 글이 속속 올라왔다.
흑인 남성 사망 사건의 여파로 약탈 피해를 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한인 식당을 돕기 위해 기금을 모으자는 내용이었다.
'마마 김' 인근 시타델 대학교 동문과 지역 주민이 모금의 주축이 됐다.
이 대학 풋볼팀 주장 출신인 잭슨 젱킨스를 비롯해 마셜 플레밍, 맥그리거 켈레트 등 찰스턴 주민도 모금 계정을 만들었다.
젱킨스는 "'마마 김'은 수년 동안 우리에게 좋은 음식과 휴식, 추억의 장소였다"며 "'마마 김'에 우리가 보답할 때가 됐다"고 썼다.
시타델대 동문과 지역주민은 단숨에 1만6천달러를 모아 지난 6일(현지시간) '마마 김' 주인 브라운 김에게 전달했다.
시카고에서도 한인 식당에 십시일반의 온정이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시카고 한인 식당 '서울 타코'는 현금을 도난당하고 TV와 상점 유리창이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몇 달 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영업 재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떨어진 날벼락이었다.
식당 주인 데이비드 최는 NBC방송 아시안 아메리칸 코너에 출연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지지한다면서 이번 약탈 사건이 자신의 지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이번 사건으로 가게의 모든 것을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잇따른 생명의 희생이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타코'의 사연은 지역 사회에 알려지며 큰 호응을 끌어냈다.
한 고객은 고펀드미에 '서울 타코' 돕기 모금 계정을 만들었다. 이웃들은 빗자루를 들고 나타나 식당 앞을 청소했고, 합판 가림막 설치 작업을 도왔다.
미국은 지난 2주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요동쳤다.
백인 경찰의 폭력에 플로이드가 희생되면서 격렬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한인 사회에는 한때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의 악몽이 엄습했다.
하지만, 한인 사회의 대응은 28년 전과 달랐다.
시위 초반 들불처럼 번진 약탈과 방화에 곳곳에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한인사회는 성숙하게 대처했다.
LA와 애틀랜타에서는 지난 6∼7일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한인 주도의 평화 시위가 열렸다. 9일 뉴욕에서는 한인 교회가 주축이 돼 플로이드 추모 예배가 열렸다.
애틀랜타의 한인 이종원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흑인 인종차별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라는 공감대가 한인사회에 형성됐다"고 밝혔다.
LA에 본부를 둔 한인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 최광철 대표는 "동포사회와 한인 상가를 지키는 힘은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연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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