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던 화려한 '트루핑 더 컬러' 군사퍼레이드, 약식으로 대체
윈저성서 칩거하던 여왕, 생일 맞아 석달만에 공식 석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94세 공식 생일 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규모가 대폭 축소된 채 조용히 진행됐다.
여왕은 자신의 '공식 생일'인 13일(현지시간) 윈저성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공식 생일 행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매년 여왕의 '공식 생일'에 세인트 제임스 파크 인근에서 열린 전통양식의 '트루핑 더 컬러'(Trooping the Colour) 퍼레이드는 이날 규모를 대폭 축소해 윈저성 안뜰에서 약식으로 진행했다.
매년 6월 둘째주 토요일 런던 중심부에서 열리는 100년 전통의 '트루핑 더 컬러' 퍼레이드는 수백 명의 왕실근위대와 기마부대가 총출동하고 시민과 관광객들도 수천 명씩 몰려드는 떠들썩한 행사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비상상황이라 약식 행사로 대체되고, 장소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왕이 남편 필립 공(98)과 함께 석 달 째 머무는 윈저성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1952년) 후 '트루핑 더 컬러' 퍼레이드가 취소된 것은 1955년 철도파업 때 단 한 번 뿐이었다.
영국 군주의 생일 행사가 윈저성에서 열린 것은 1895년 빅토리아 여왕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대체된 행사에 투입된 윈저성의 웰시 가드 근위보병연대 1대대 대원들은 정부의 코로나19 예방 지침에 따라 서로 간의 거리 2m를 유지한 채 행진했다.
여왕은 이날 에메랄드빛 코트와 모자를 쓴 채 조용히 의장대의 행사를 지켜봤다.
영국이 지난 3월 말 코로나19 봉쇄에 들어간 이후 여왕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거의 석 달 만에 처음이다.
여왕은 '진짜 생일'과 '공식 생일' 등 두 개의 생일을 갖고 있다.
여왕의 진짜 생일은 태어난 날인 4월 21일이지만 공식적으로는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기념식을 연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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