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레바논 화폐 가치 하락에 국민 불만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민생고를 호소하는 시위가 사흘 연속 이어졌다.
13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와 북부 도시 트리폴리 등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경제 위기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AP, AFP통신이 보도했다.
베이루트 도심에 모인 시민들은 레바논 국기를 흔들고 "대안은 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시위에 참여한 니마트 바드레딘은 "현 정부는 (경제 위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우리는 새 정부를 원한다. 우리는 안정을 원하고 구걸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에서는 군경이 고무탄을 쏘면서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여러 명 발생했다.
11일 밤과 12일 밤에도 베이루트와 트리폴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밤에 상점들을 약탈하고 군경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졌으며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부상자가 수십명 나왔다.
레바논 시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물가 상승과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레바논은 공식적으로 1달러를 1천507파운드와 교환하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최근 암시장에서 1달러는 약 6천파운드 거래되고 있다고 레바논 언론이 전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12일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달러화를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레바논의 국가부채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0%나 되고 실업 문제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악화했다.
레바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FP는 레바논의 경제 위기가 1975∼1990년 내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레바논에서는 작년 10월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정국 혼란이 4개월 넘게 이어졌다.
올해 2월 대학 교수 출신인 하신 디아브 신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새로 출범했지만, 경제 위기와 정국 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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