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속출한 시장 인근 상가까지 문 닫고 주택 출입마저 금지
농산물 임시시장 마련…'진원지' 상인 옮겨와 버젓이 장사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베이징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라는 말처럼 벽을 따라 20분을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았다.
중간중간 있는 문마다 펜스가 둘러쳐져 있고 무장경찰이 앞을 지키고 있었다. 20∼30m 간격으로 경찰차와 경찰이 배치돼 위압감을 줬다.
14일 찾은 베이징 남쪽 펑타이(豊臺)구의 신파디(新發地) 도매 시장은 시장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철통 봉쇄돼 있었다.
이 도매시장은 며칠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발생한 곳이다. 전날 베이징의 신규 확진자 36명 모두 상인 등 이 시장과 관련 있는 사람이다.
시장 앞을 지키는 한 경찰관은 "이 일대는 전부 봉쇄됐다. 들어갈 수도 없고 밖으로 나올 수도 없다"면서 "평소에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골목도 경찰이 지키고 있어 어디로도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3일 하루에만 36명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시는 '비상시기'라고 선언했으며 신파디 시장이 있는 펑타이구는 전시 대응 체제를 세웠다.
시장 문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주변에 길이 보였다 싶었더니 어김없이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경찰관은 기자를 보고 접근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도로로 진입하려는 차량도 경찰과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차를 돌려야 했다.
이날 시장까지 가는 길에 라디오방송에서는 주변 주택단지 11곳도 모두 폐쇄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바리케이드로 막힌 길을 돌아 간 신파디 시장 인근의 한 주택단지 앞에는 출입문에 철조망이 쳐있었다.
담배를 피우느라 집 밖을 나온 한 주민은 창살 너머로 "어제부터 문이 닫혔다"고 말했다.
이 일대는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가 거의 없어 한산했다.
묵직해 보이는 장바구니를 들고 지나가는 한 부부를 붙잡고 물어보니 근처에 사는 딸에게 가져다줄 음식 재료라고 말했다. 멀리서 왔다는 이 부부는 이내 비어있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시 모습을 나타내더니 오던 길로 돌아갔다.
식료품을 배달하는 전기자전거도 드문드문 지나갔다. 한 배달원은 전기자전거를 세우더니 전화로 단지 안의 주민을 불러 울타리 너머로 물건을 넘겨줬다.
주변 상가도 모두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한 이발소 문 앞에는 "6월 12일에 소독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는데, 신파디 시장의 환자 발생이 처음 알려진 지난 12일 문을 닫은 뒤 영업을 재개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상인은 어두운 얼굴로 "언제 다시 장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신파디 시장 인근에 급히 임시 도매시장을 마련했다. 신파디 시장 옆 도로 곳곳에는 대체 시장 4곳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붙어있었다.
신파디 시장 동쪽의 고속도로 건너편 한 주차장에는 농산물을 실은 트럭 수십 대가 있었다. 상인들이 손님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은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었다.
베이징시는 전날 코로나19 영도소조 회의에서 신파디 시장 내 종사자와 인근 주민 전원이 핵산검사와 의학관찰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으나, 시행이 철저히 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양파 판매상 궈(郭)모씨는 "신파디 시장에서 장사하다 폐쇄된 이후 여기로 왔다. 핵산검사를 받으려고 등록은 했지만, 아직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파디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샀는데 그날 거기서 환자가 나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어제오늘 밖에 못 나가고 차에서 잠을 잤다"고 덧붙였다.
다른 상인은 "오늘 처음 여기 와서 장사하는데 아직 상황을 잘 모르겠다"면서 "(감염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장사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시 시장에서는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서기가 현장 지도를 하는 모습도 통제선 너머 먼발치에서 보였다.
베이징시가 신파디 시장 폐쇄 이후 농산물 공급 안정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파디 시장은 베이징시 전체 채소 공급량의 70%를 담당한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와 소·양고기는 각각 시 전체의 10%와 3%다.
감자 등 농산물 3상자를 작은 손수레에 싣고가던 한 개인 소비자는 "신파디 시장 폐쇄로 가격이 많이 오를까 봐 여기 와서 많이 샀다"고 전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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