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홍콩 민주주의 압살할 것…내가 주요 타깃 될 것"
"악법 저지 위해 각국 지도자 연대해 반대 목소리 내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압살하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각국 지도자가 우리의 투쟁에 함께하기를 절실히 호소합니다."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강행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그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호소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우산 혁명은 당시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 등을 막아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당시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이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웡 비서장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 내 시위나 민주화 요구는 모두 국가전복 시도로 분류돼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홍콩 내에는 홍콩보안법을 집행할 중국의 비밀경찰 기구가 설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중국 비밀경찰은 홍콩 정부와 경찰 위에 군림하면서 인권운동가와 반정부 인사들을 마구 잡아들일 것"이라며 "이는 바로 중국 본토에서 중국 정부가 자행하는 일이며,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 등의 사례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08헌장'을 발표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 등 광범위한 민주개혁을 요구했다. 이후 2009년 12월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 같은 민주화 활동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그는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오랜 수감 생활 끝에 2017년 7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웡 비서장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된다면 내가 바로 그 타깃이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내가 해외에서 독재정권의 진실을 얘기하고 경찰의 폭력성을 세계에 알린 것에 대해 나를 맹비난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 웡 비서장은 미국, 유럽 등을 오가며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에 대한 압박과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 등을 널리 알렸다.
그는 "'외국과 결탁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한 홍콩보안법 조항은 홍콩의 민주주의 운동을 뿌리 뽑는 빌미로 이용될 것"이라며 "중국 비밀경찰은 이 조항을 악용해 자의적인 정치적 기소를 일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홍콩 내 시위가 주춤하지만, 웡 비서장은 홍콩보안법에 맞서 홍콩인들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웡 비서장은 "홍콩인들은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진실과 정의가 침묵 속에 죽지 않도록 민주화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홍콩인들은 2003년에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지난해 200만 명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인 역사가 있다"며 "홍콩보안법은 새로운 저항의 불길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웡 비서장은 홍콩보안법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절실하게 호소했다.
그는 "홍콩의 자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는 홍콩과 함께 일어나 중국이 이 악법을 시행하는 것을 막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약속을 지키도록 압력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킨다.
웡 비서장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은 중국 권위주의 체제로 흡수될 것"이라며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은 홍콩의 특별 지위를 유지할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미국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의 특별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는 내용의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켰는데, 최근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웡 비서장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물론 홍콩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등도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인권 보호, 사법 독립, 자유로운 기업 환경 등은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홍콩을 지켜주고 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했지만,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방화벽'이 사라질 것"이라며 "이러한 중국의 간섭을 막고 기업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기업들도 홍콩보안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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