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체코 언론, 반러 체코 정치인 독살 시도설 보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반러 성향의 체코 정치인들을 독살하려 시도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가 양국의 외교관 맞추방 사건으로 비화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5일(현지시간) 보도문을 통해 모스크바 주재 비테슬라프 피본카 체코 대사를 외무부 청사로 초치해 모스크바 주재 체코 대사관 직원 2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이는 지난 5일 체코 당국이 "황당하고 근거 없는 혐의"로 체코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2명을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상호주의에 기초해 모스크바 주재 체코 대사관 직원 2명을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했다"면서 "그들은 가족과 함께 이달 17일까지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외무부는 체코 대사에게 이번 조치가 체코 당국의 도발 행위에 대한 대칭적 조치임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체코 정부는 2명의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한 바 있다.
양국의 외교관 맞추방 사건은 지난 4월 말 체코 시사잡지 레스펙트(Respekt)가 익명의 자국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반러 성향의 체코 정치인들을 독살하기 위해 러시아 여권을 가진 사람이 맹독성 물질인 '리신'을 휴대하고 프라하로 들어왔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잡지는 이 러시아인이 즈데니에크 흐리브 프라하 시장과 온드르제이 콜라르시 프라하 6구장 등 체코 정치인 3명을 독살할 목적으로 입국했다고 전했다.
흐리브 시장과 콜라르시 지구장은 모두 체코가 러시아와 갈등을 겪을 때마다 거리낌 없이 러시아를 비판해온 정치인들이었다.
흐리브 시장은 2015년 저격당한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를 기리기 위해 체코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 광장 이름을 넴초프 광장으로 바꾸는 데 관여했다.
콜라르시 지구장은 지난 4월 프라하에 있던 제2차 세계대전(대독전) 당시 소련의 전쟁 영웅 이반 코네프 원수 동상을 철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코네프 원수는 대독전 당시 나치군에 대한 반격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며 체코 프라하까지 진격해 현지 주둔 독일군을 격파한 사령관으로 러시아에선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체코 일각에선 소련군의 체코 점령을 주도한 인물로 비판받고 있다.
체코 당국이 언론 보도와 관련 체코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자, 러시아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체코 외교관들을 맞추방하며 외교전이 불거진 것이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