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장기집권 허용 개헌안 지지한 예비역 대령 비방한 혐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통하는 러시아의 유명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무고 혐의로 형사입건됐다고 현지 수사당국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나발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대독전)에 참전해 공을 세운 퇴역 군인을 중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중대 범죄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모스크바 수사국이 나발니를 무고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면서 "그가 허위 정보를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권위를 실추시킨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현지 유력 언론사 사이트에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발언을 담은 2차 대전 참전 예비역 대령 이그나트 아르테멘코(93)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7월 1일 국민투표에 부쳐질 개헌안에는 4기 임기가 종료되는 2024년 72세가 되는 푸틴 대통령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도록 기존 네 차례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이 담겨 있어 야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나발니는 이달 초 아르테멘코의 동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들에 끌어다 올리면서 개헌을 지지한 그를 '매수된 하인', '양심 없는 사람', '반역자' 등으로 비난하는 글을 함께 게재했다.
이에 러시아 참전군인연맹이 "2차 대전 승전 75주년을 맞은 올해에 참전군인을 모욕하거나 조롱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나발니를 무고죄로 고발했다.
아르테멘코의 가족들도 우연히 나발니의 글을 읽은 고령의 참전군인이 충격을 받아 여러 차례 구급차를 부를 정도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했다면서 나발니 처벌을 요구했다.
수사위원회는 현재 나발니의 중상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표적 야권 운동가인 나발니는 지난 수년간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거나 시위에 직접 참여한 혐의로 여러 차례 투옥됐다.
그는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반부패재단(FBK)을 창설해 고위급 정부 인사들의 비리를 폭로하기도 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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