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래 동진회 회장 "日전쟁 나가 전범됐는데 왜 보상 못 받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B·C급 전범으로 분류돼 고초를 겪어온 한국인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보상 법안의 조속한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한국 출신 옛 B·C급 전범 모임인 '동진회'를 이끄는 이학래(95) 회장은 15일 일본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인 전범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급부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일본 국회가 종전 75주년을 맞는 올해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같은 전범으로 분류된 일본인에게는 보상 연금 등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보상도 사과도 없다"며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한반도 출신 조선인 148명이 전범으로 분류돼 23명이 사형을 당했다"며 올 가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한국 출신 옛 전범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다른 조선인 전범 생존자들과 함께 1955년 '동진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65년째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 출신인 이 회장은 17세 때인 1942년 일제에 징집돼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다이멘(泰緬) 철도 건설 현장에서 포로감시원으로 있다가 종전 후 싱가포르에서 열린 재판에서 연합군 포로를 학대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도쿄 스가모(巢鴨)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감형돼 1956년 출소했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 출신의 군인·군속은 B·C급 전범으로 분류됐음에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로 일본 국적을 상실하는 바람에 전쟁피해자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주는 군인연금 등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관련 A급 전범은 침략전쟁을 기획·시작·수행한 지휘부가, B·C급 전범은 상급자 명령 등에 따라 고문과 살인 등을 행한 사람들이 해당한다.
이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999년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한국인 전범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은 2008년 처음 중의원에 제출됐지만, 심의가 완료되지 않아 폐기됐다.
초당파 모임인 일한의원연맹이 이 법안 제정을 지지하고 2016년 피해자 1인당 260만엔의 특별급부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17일 폐회하는 올해 정기국회에도 제출되지 않았다.
15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자민당 의원)은 "지금까지 이 회장의 뜻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올해가 전후 75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한 만큼 이 회장이 정정할 때 보상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 회장은 "일본의 전쟁에 나가 전범이 됐는데 왜 보상을 받을 수 없느냐"면서 죽은 동료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고 싶다고 보상 입법 촉구 취지를 설명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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