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간 협조하다 수갑 채우려하자 몸싸움…등에 총알 2발 맞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밀러 부인, 이런 말씀을 드려 유감입니다."
경찰의 총격에 숨진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의 부인 토미카 밀러는 15일(현지시간) CBS·CNN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고통스러웠던 상황을 전했다.
밀러의 남편 브룩스는 지난 12일 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웬디스 매장 앞에서 음주 측정 뒤 수갑을 채우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경관 1명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밀러는 다음 날 아침 경찰로부터 비보를 접했다.
밀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경찰이 '이런 말씀을 드려 유감'이라고 했다"며 "유감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밀러는 남편의 사망 이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 폭력에 희생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생각하며 울었고, 플로이드 가족의 고통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문 앞에서 그런 소식을 들을지 상상도 못 했다"며 "사건 당일 남편과 함께하지 못한 것에 너무 죄책감을 느낀다"고 흐느꼈다.
브룩스가 숨진 날은 맏딸의 8번째 생일이었다. 맏딸은 사건 당일 생일 드레스를 입고 아빠를 기다렸다고 브룩스 측 변호인은 전했다.
브룩스가 총격을 받을 당시 경찰관이 착용하고 있던 보디캠 영상도 전날 새로 공개됐다.
영상에 따르면 브룩스는 경찰에게 "딸의 생일을 맞아 술을 몇잔 마셨고, 걸어서 여동생의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브룩스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고, 브룩스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만취 기준인 0.08을 넘는 0.108로 나왔다.
AP통신은 음주 측정이 이뤄지기까지 브룩스는 경찰에 40분 넘게 협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음주 측정 이후 상황은 돌변했다. 경찰이 브룩스에게 수갑을 채우려 하자, 브룩스는 저항하며 경관 2명과 몸싸움을 했다.
경찰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브룩스의 다리에 대고 쏘겠다고 경고했고, 브룩스는 테이저건을 빼앗아 달아났다.
도망가던 브룩스는 뒤를 쳐다보며 테이저건을 쐈고, 뒤쫓던 경찰은 총을 세 발 발사했다.
부검을 담당한 풀턴카운티 검시관은 브룩스가 등에 두 차례 총상을 입었고, 출혈과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총을 쏜 개럿 롤프 경관은 사건 당일 파면됐고, 현장에 함께 있던 데빈 브로스넌 경관은 행정직으로 전환 배치됐다.
한편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주민의) 보호자이지 전사가 아니다"며 경찰의 무력 사용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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