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취소되면 220년만에 처음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의 최대 종교행사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정기 성지순례(하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취소될 수도 있다고 AF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성지순례를 관장하는 사우디 관련 부처와 접촉한 남아시아 관리가 "올해 정기 성지순례를 (규모를 줄여) 명목상으로라도 치를지, 아예 취소할지 가능성이 반반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정기 성지순례 직전 사우디가 '모든 준비를 마쳤다'라고 해도 많은 나라가 이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제선 항공편이 중단된 터라 성지순례가 진행되더라도 사우디 거주자만 참여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관리는 AFP통신에 "성지순례에 관한 결정이 곧 발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슬람 역법(히즈라력)에 따라 올해 정기 성지순례 예정일은 7월 28일께다.
매년 정기 성지순례 기간이 되면 전 세계에서 250여만명의 무슬림이 이슬람 최고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찾는다.
정기 성지순례는 과거 전쟁, 분쟁 등을 이유로 약 20차례 취소된 적 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1798∼1801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집트와 시리아를 침략해 중동 무슬림이 메카로 오는 길이 불안해지자 이 기간 성지순례가 잠시 중단됐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올해 정기 성지순례가 취소되면 1932년 사우디 건국 이래 처음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약 220년만이다.
사우디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3월 4일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를 중단했다.
15일 기준 사우디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여명이다. 14∼15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4천명이 넘으면서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성지순례지인 메카와 메디나는 주요 발병지인 탓에 사우디 보건 당국은 메카를 봉쇄 완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우디는 성지순례로 매년 120억 달러(약 14조6천억원)의 직·간접 수익을 얻는 만큼 유가 하락과 원유 수요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정부 재정이 더 위축될 수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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