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은 대북제재 유지에 불만…미 대선까지 협상 난망 판단 작용"
"한국 시작으로 대미 압박도 강화 예상"…도발 수위 놓고는 의견 분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이해아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앞으로 북한의 대남, 대미 압박이 점점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가 접촉한 6명의 전문가는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인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얻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11월 미 대선까지 겹쳐 협상 진전 기대감이 사라지자 무력시위를 펼치는 쪽으로 선택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북한 입장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향후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인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을 시작으로 점차 미국을 향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다만 북한의 도발 수위를 놓고는 한미의 반격을 피할 수 있는 저강도 긴장 조성부터 시작해 미국을 직접 자극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연락사무소 폭파는 북한이 문재인 정권과 대화하지 않으면서 도발하는 사이클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감스러운 상황 전개다. 북한은 대북 전단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지만 이것이 주된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지금부터 미국 대선 때까지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한국과 미국을 향한 지분을 늘리고 있다.
큰 선거에서 승리하고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힘든 상황이다. 이번 일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들에게 실망스러운 일이다.
■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
북한이 바라는 것은 분명하다. 제재 완화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 핵무기 능력을 가진 미국의 군사 플랫폼 철수다. 이들 중 어느 것도 조만간 충족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느끼자 김정은 정권은 무력시위 속에 긴장을 고조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는 북한 정권이 코로나19와 최대압박 제재로 인해 어느 정도 약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그동안 그들이 어떤 일을 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공표해 왔다. 최근에는 그들의 목표가 미국의 장기적 군사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더 신뢰할 만한 핵 억제력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몇 주내, 몇 달내 ICBM 발사실험을 하겠다는 더 큰 위협을 의미한다. 한국전 발발 70년은 물론 북한이 3년 전 ICBM을 실험한 미국의 독립기념일 7월 4일이 다가옴에 따라 북한과 결전을 벌일 또 다른 여름을 위한 무대가 마련돼 있다.
■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어떤 제재 완화도 얻지 못한 북한은 특히 한국에 불만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 제재를 완화하도록 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락사무소 폭파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 모드이자 압력이다.
이것은 단지 시작으로 긴장은 계속 고조될 것이다. 우선 한국전 발발 70년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에 군대를 이동시킬지도 모른다.
한국을 향한 도발 후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으로 관심을 옮길 것이다. 핵이나 ICBM 실험일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북한은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많다. 그들은 계속 압력을 증가시킬 것이다.
북한의 최우선 목표는 제재 완화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주지 않고, 문재인 정부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은 군사 위협으로 돌아와야 했고, 첫 번째 대상이 한국, 그 다음이 미국이다. 긴장을 고조시켜야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든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북한은 몇 달 간 한국의 대화 시도를 거부하고 연락사무소는 활동 중단 상태였기 때문에 연락사무소 폭파는 상징적인 일이다. 북한은 한국 활동가 단체들이 보낸 반체제 전단을 더 강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를 점점 더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또 다른 사진 찍기용 정상회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미 대선 준비기에 북한의 잠재적 도발 경고는 자신의 영향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인식과 더 큰 양보를 강제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지금 북한은 한국의 순종과 미국의 제재 완화를 추가로 강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있다. 술집 싸움에 비유하면 우리는 북한이 (실제 남과 싸우기 위해) '내 맥주 갖고 있어'라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붙잡아줘'라고 하는 단계에 여전히 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연락사무소 파괴는 현상유지와 제재완화 부족에 대한 북한의 불만을 드러낸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분야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저강도 도발과 선동적 발언을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소통 채널과 다른 프로젝트 훼손을 추구할 것이다. 여기에는 포괄적 군사합의 무효화, DMZ에서의 재무장, 감시초소의 재설치, 국경에서의 실사격 훈련이 포함될 수 있다.
또 미국이 비핵화, 단기적으로는 긴장과 도발 중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감안할 때 북한은 단거리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위성 발사, 사이버 공격 등 도발 수위를 올릴 것 같다.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핵이나 ICBM과 같은 중대한 도발에 기댈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추가 제재를 포함한 보복과 중국의 인도적 지원 철회를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미는 북한에 과잉반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군사 억제력과 준비태세 유지, 한미동맹 강화, 방위비 협상 해결, 한일·미중 관계 개선 등이 그것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 연구원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내부 문제에서 번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달래거나 북한의 우선사항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주요 목표는 커지는 위기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위기는 북한군이 DMZ에 다시 주둔하거나 한국과 적대적 행위에 관여할 경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위험을 수반한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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