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발 코로나 재확산, 중국 경제회복에 찬물 끼얹나

입력 2020-06-17 13:00   수정 2020-06-17 13:41

베이징발 코로나 재확산, 중국 경제회복에 찬물 끼얹나
인구 2천만 베이징 준봉쇄로 경제 활동 위축 불가피
코로나에 사지 몰린 여행·항공·영화 등 서비스업계 또 '직격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던 중국 경제에 다시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전시 상태'를 다시 선포하고 인구 2천만명이 넘는 베이징을 준봉쇄한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을 조기에 막을 수 있는지가 하반기 중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7일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후 신파디(新發地) 도매 시장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확산하면서 베이징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이미 137명에 달했다.

근래 중국에서는 외부 유입 사례를 뺀 '내부 발생'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베이징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사태는 중대한 상황 변화로 평가된다.
베이징 집단 감염 사태는 공교롭게도 중국의 경기 회복 추세가 점차 뚜렷해지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발표된 5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기보다 4.4% 증가했다. 중국 당국이 강력한 기업 활동 재개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산업생산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인프라 시설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 중인 가운데 1∼5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6.3%로 1∼4월의 -10.3%보다 크게 개선됐다.
기업의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이는 지난 5월 정부 주도 인프라 투자가 대대적으로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체감 경기와 관련성이 큰 지표인 소매판매 역시 5월 2.8% 감소했지만 감소 폭은 4월의 7.5%보다 축소됐다.
이처럼 핵심 경제 지표가 일제히 경기 회복 방향을 가리키면서 최근 전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는 작아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부쩍 커지기도 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16일 펴낸 보고서에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5∼1%로 앞서 예상한 -0.7%보다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1.5%로 예상했던 올해 GDP 증가율의 상향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스(程實) 공상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날 보고서에서 2분기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3.6%, 2.8%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은 지난 4월 나온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1.2%를 모두 크게 웃도는 것이다. 당시보다는 중국 경제 전망이 낙관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했던 올해 1분기 중국은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이후 근 반세기 만에 첫 경제 역성장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중국은 올해 전인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수도이자 인구 2천만의 경제 핵심 도시 중 하나인 베이징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는 최근 고개를 든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베이징에서 중·고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택 단지가 강력하게 봉쇄되고, 재확산 진원지인 신파디 시장을 비롯한 재래시장 수십 곳이 폐쇄됐다. '정상적인 생활'의 상징인 초·중·고교도 이날부터 모조리 문을 닫았다.
16일 밤까지 베이징시가 지정한 중·고위험 지역은 모두 27곳이다. 중국 당국이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한 곳당 수천∼수만명의 주민이 거주한다고 보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만명에 달하는 베이징 시민들이 자택에 격리된 상태로 출근과 장사 등 경제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의 이동을 막는 봉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경제 전반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가장 극단적인 도시 봉쇄가 취해진 코로나19 발원지 우한(武漢)의 올해 1분기 GDP는 작년 동기보다 40.5%나 감소하기도 했다.

우한도 인구 1천만명이 넘는 대도시지만 정치·경제적으로 베이징과 위상을 비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베이징 경제의 위축은 중국 경제 전반에 더 큰 부담이 된다.
베이징의 GDP는 중국 전체 GDP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베이징에는 바이두(百度), 징둥(京東)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들과 대형 국영기업의 본부도 몰려 있다.
나아가 베이징과 인근 허베이성, 톈진직할시와 묶여 거대한 수도권인 '징진지'(京津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은 비단 베이징 일대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관한 우려는 시민들의 외출 기피와 소비 감소로 이어져 특히 서비스업에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던 중국의 여행·항공·영화·공연 등 서비스 업계는 베이징발 집단 감염 사태에 직격탄을 또 맞았다.
당장 15일 베이징의 양대 공항인 서우두공항과 다싱공항의 항공편 취소율은 각각 59.41%, 65.05%에 달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극단적인 국제선 감축 속에서 국내선 운영에 기대왔는데 앞으로 국내선 운영까지 대폭 감축되면 이마저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본부장은 "최근까지 중국 경제 전망에서 잘 고려하지 않던 코로나19가 다시 큰 변수로 떠올랐다"며 "최근 중국 경제가 뚜렷하게 점진적인 회복세를 나타냈는데 일정 기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관측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베이징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다룬 기사에서 "베이징의 코로나19 발생으로 업계가 기다리면서 관망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중국의 경제 회복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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