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독점작 2편 불과…경쟁사 배제로 콘텐츠 '기근' 심각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넷플릭스 대항마를 자임하고 나선 국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부실한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웨이브는 향후 4년간 콘텐츠 제작에 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자체 신작 소식은 가물에 콩 나듯 하고 있어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는 지난해 10월 출범 후 지금까지 자체 투자 콘텐츠로 단 두 편의 공중파 드라마를 선보였다.
출범 직후인 지난해 11월 KBS '녹두전'에 이어 올해 5월 MBC '꼰대인턴'이 전부로, 반 년에 한 편 꼴로 자체 신작을 제공한 셈이다.
이는 2023년까지 콘텐츠 제작비로 3천억원을 투자하고, 올해 600억원을 들여 자체 콘텐츠 8편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에 크게 못 미친 결과다.
웨이브는 또 해외 미디어 업체 NBC유니버설에 앞으로 3년간 매년 최대 5편씩 자체 콘텐츠를 수출하기로 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대형 글로벌 콘텐츠뿐만 아니라 '킹덤' 시리즈와 '인간수업' 등 한국산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잇따라 신작을 내놓고 있다.
올해 22조원을 콘텐츠에 쏟아붓는 넷플릭스와 비교는 어렵다고 해도 국내 후발주자인 KT의 시즌이 올해 웹 예능과 드라마, 라이브 뮤직쇼 등 26개 자체 콘텐츠를 선보인 데 비해 웨이브의 콘텐츠 기근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 콘텐츠가 부족한 와중에 경쟁사 콘텐츠를 배제한 것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가 지분 70%를, SK텔레콤이 지분 30%를 확보해 출범한 서비스로, 과거 SK텔레콤이 옥수수로 제공하던 CJ ENM 콘텐츠가 빠졌다.
올해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석권했을 때 주요 플랫폼마다 '기생충' VOD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웨이브에서는 '기생충'을 볼 수 없었다.
'기생충' 배급사가 CJ ENM인 탓으로, 웨이브는 지금도 '기생충'뿐만 아니라 CJ ENM이 배급을 맡은 다른 영화도 제공하지 않는다. 국내 주요 OTT 중 CJ ENM 영화를 제공하지 않는 곳은 웨이브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월 이용료가 7천900~1만3천900원인 서비스에서 지상파 실시간 채널 외에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웨이브가 자체 경쟁력 강화보다는 SK텔레콤과의 제휴 프로모션에 기댄 외형적 성장만 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웨이브 유료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했지만 실제 서비스 사용 지표인 월간활성이용자(MAU)가 출범 당시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콘텐츠를 옮겨놓으면 된다는 식의 경영 마인드로는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 투자 역시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비전과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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