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 정부업무에 개인이메일 사용"…대선 4개월 앞 파장
백악관, 회고록 저지에 총력전…"대선에 별 영향 없다" 분석도
(뉴욕·워싱턴=연합뉴스) 강건택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선 지원을 직접 간청했다는 내용의 폭로가 나오면서 대선을 4개월여 앞둔 미 정치권에 작지 않은 파장을 부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고 경질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출간할 예정인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일부 발췌록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중국을 '적'으로 간주한 만큼 재선 지원을 요청했다는 주장의 휘발성은 적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대처 미흡과 경기 침체, 흑인 사망사건 등을 둘러싸고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겐 또 다른 악재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 문제 등에서 군사행동을 선호해온 미 외교·안보의 '슈퍼 매파'로 잘 알려진 인사다.
592쪽의 회고록에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정부 업무에 개인 이메일을 활용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어 논란을 더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엄청난 미국인이 희생됐음에도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40%가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안이 대선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분석을 보도했다.
웬디 실러 브라운대 교수는 "미국의 무역안보(trade security)를 선거지원과 거래하는 것에 대한 폭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래도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전날 출간 금지 민사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데 이어 이날은 법무부가 회고록 공개를 막기 위해 긴급명령을 법원에 요청하면서 트럼프 측은 말그대로 출간 저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트럼프 '미 농산물 수입' 시진핑에 재선 지원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가진 시 주석과 회담에서 노골적으로 재선 지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WSJ 발췌록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 중국의 대두·밀 수입 증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농산물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볼턴은 "민주당 탄핵 옹호론자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트럼프 외교정책 전반에 걸쳐 그의 행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조사했다면, 탄핵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장녀 이방카, 정부 업무에 개인 이메일 사용…은폐 시도"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장녀 이방카가 정부 업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사실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사적 메일을 공무에 사용했다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 역사적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한 달 뒤 폼페이오 "성공확률 0"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한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도중 볼턴 당시 보좌관에게 몰래 '그(트럼프 대통령)는 거짓말쟁이"라고 적힌 쪽지를 건넸다.
변함없는 충성파로 자처하는 최고 참모들마저 등 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이 회담으로부터 한 달 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외교를 가리켜 "성공할 확률이 제로(0)"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이게 맞는다면 북미정상회담 한 달 만에 이를 실무적으로 추진하던 미국의 책임자가 이미 비관적으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된다.
◇ "폼페이오, 싱가포르 회담 앞둔 한미정상 통화 후 트럼프 무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했는데, 통화가 끝나자 폼페이오 장관은 대화를 끌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을 볼턴 전 보좌관과 같이 무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당시 중동에서 통화를 들었던 폼페이오는 '심장마비가 온다'는 농담으로 경멸을 표했고 볼턴 전 보좌관 역시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었다고 조롱했다는 것이다.
WP는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는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최측근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등 뒤에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례가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 "싱가포르 회담을 '홍보행사' 간주…김정은에 로켓맨 CD 전달하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세부사항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싱가포르 회담을 단순히 '홍보행사'로 여겼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싱가포르 회담 후 몇개월간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가수 엘튼 존의 '로켓맨' CD를 전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였지만, 무위에 그쳤다.
◇ 트럼프 "불법"…출간 저지 백악관 초비상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내용 일부가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백악관은 23일로 예정된 출간 자체를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전날 회고록 출간을 막아달라는 민사소송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한 데 이어 이날 밤엔 법무부가 회고록 공개 중지를 요구하는 긴급명령을 법원에 요청했다.
글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국가안보에 미칠 피해를 막겠다는 게 그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간단히 말해 그(볼턴)는 법을 어겼다"며 "이건 극비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볼턴을 '언짢고 지루한 바보'라고 칭하며 "늘 전쟁에만 나가고 싶어했다"고 했다. 회고록을 "거짓말과 가짜 이야기"라고도 비하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책을 내는 출판사는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의 잇따른 법적 조치를 "경박하고 정치적 동기에 따른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firstcircle@yna.co.kr,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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