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악화 막기 위한 대응방안 조율…남북경협 관련 논의 가능성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한상용 기자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했다.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대남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정세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한 한미 간 대응 방안이 집중적으로 조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훈 본부장은 이날 낮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본부장은 도착 직후 방문 목적 등을 묻는 말에 "지금 말하면 안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이 본부장이 대북특별대표를 겸직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현 한반도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동은 워싱턴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지만, 외교부는 구체적인 장소와 일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의 회동에서 북한의 대남 압박 의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북 공조 및 대응책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 정치일정 등을 고려할 때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금 탄력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북한의 불만을 달래면서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을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도 진행할 전망이다.
대북 제재로 인해 손발이 묶여 있는 남북경협과 관련한 진전된 조율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한국은 올해 들어 남북 협력사업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비핵화 협상보다 남북 경협이 앞서나가길 꺼리는 미국의 인식 때문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전날 "역효과를 낳는 추가 행위를 삼갈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면서도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남북협력이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 진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비해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어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시선을 끌었다.
이 본부장이 방미 기간 비건 부장관과의 회동 외에 다른 국무부나 백악관 인사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 본부장이 사실상 특사에 준하는 역할을 갖고 방미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이 본부장의 워싱턴 방문은 지난 1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외교부는 통상 이 본부장의 방미 시 이를 취재진에 고지했지만, 이번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이를 확인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한미 조율'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의 고위 인사가 미국으로 건너가 대면 외교를 하는 것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방위비분담금 협상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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