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선거 혐의…코로나 대응 미숙·검사장 마작 스캔들에 이어 또 악재
자민당 자금 수사로 번질 가능성 주목…국회회기 종료 다음 날 전격 체포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인 부부 국회의원이 금품 선거를 한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집권 자민당에 몸담았던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된 것은 작년 12월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중의원 의원에 이어 3명에 달했다.
이들은 모두 금품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미숙하게 대응해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정권은 비리 의혹으로 인해 다시 정치적 위기로 내몰릴 전망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현직 중의원 의원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과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8일 체포했다고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가와이 안리를 당선시키기 위해 같은 해 3∼8월 지방 의원 및 후원회 간부 등 96명에게 합계 약 2천570만엔(약 2억9천43만원)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지급된 돈이 참의원 선거 때 표를 모아달라고 부탁하는 대가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와이 의원은 작년 7월 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선됐다.
이들 부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국회의원에게 불체포 특권이 적용되는 국회 회기는 전날 종료했다.
검찰은 일찍부터 이들 부부가 돈 선거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다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기 종료를 기다려 전격적으로 체포에 나선 양상이다.
가와이 부부는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자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고, 당은 전날 이를 수리했다.
1996년 처음 중의원에 당선된 가와이 전 법무상은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아베 총리의 당 총재 외교특보를 역임한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작년 9월 법무상에 임명됐으나, 일본 주간지 보도로 자신의 부인 관련 돈 선거 의혹이 불거지자 같은 해 10월 말 사임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7월 참의원 선거 때 함께 유세하는 등 가와이 참의원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가와이 부부의 체포는 코로나19 대책 혼선, 검찰청법 개정 논란,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전 도쿄고검장의 '마작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정권에 다시 타격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검찰은 자민당 본부가 당시 선거 때 가와이 부부에게 제공한 자금 1억5천만엔이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살포됐을 가능성도 신중히 조사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당시 자민당은 가와이 부부에게 제공한 자금은 다른 후보의 10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번 사건이 자민당의 정치자금에 관한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아베 정권에서 집권 자민당에 몸담았던 국회의원이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에는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중의원 의원이 정부의 카지노 정책과 관련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도쿄지검에 체포됐다.
아키모토 의원은 국토교통성 부(副)대신과 내각부 부대신을 겸임하며 복합리조트(IR) 사업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장관을 보좌했다.
아키모토에 대한 수사는 도쿄지검이 약 10년 만에 현직 국회의원을 체포한 것이라서 주목받았다.
도쿄지검이 가와이 부부까지 체포함으로써 검찰의 칼날이 아베 정권의 기반을 흔드는 양상이다.
최근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총리의 정치적 구심력이 한층 약화할 전망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체포될 행동을 한 사람을 법상에 임명한 총리의 인식을 묻게 된다. 진퇴 표명이라도 하면 좋겠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당 소속이었던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된 것에 관해서는 매우 유감이다. 전에 법상으로 임명했던 자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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