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로 비건 부장관 만나 한반도 상황 악화 방지책 논의
방미성과 질문에 '묵묵부답'…민감한 정세 의식한 듯
코로나19 속 출장 뒤 14일 재택근무…"다른 사람에 피해 줄까봐"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김동현 기자 = 대북 대응 방안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본부장은 북한의 대남 공세 강화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이날 오후 귀국한 이 본부장은 한미연합훈련, 대북 제재 완화, 한미워킹그룹 운영 등 미측과 논의 내용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 간 대북 문제에 대한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계속 소통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앞서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를 때도 "(미측 인사들을) 잘 만났습니까"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뿐 나머지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이 본부장은 방미 기간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등 미측 인사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 본부장의 미측과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잇따른 대남 압박 의도를 비롯해 한반도 상황을 평가하고 정세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인 만큼 북한의 추가 도발 등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대북 공조책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올해 들어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 속에 남북 협력 재개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여온 상황이라 대북 제재로 제약받은 남북 경협과 관련한 조율이나 제재 완화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지도 주목된다.
미국은 그동안 남북협력 사업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바람에 한국의 독자적 경협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본부장의 워싱턴 방문은 지난 1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그는 한반도 정세의 민감한 상황을 의식한 듯 방미 기간 어느 때보다 외부 동선 노출을 극도로 피하고 비공개로 일정을 소화했다. 비건 부장관과의 회동도 국무부 밖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귀국하자마자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격리면제서를 받았지만, 인사혁신처 공무원 복무관리 지침에 따라 외교부로 출근하지 않고 14일간 재택근무를 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면제는 받은 상태라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 피해 줄까 봐 격리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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