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모펀드 잔혹사'…"감시체계 마련해야"

입력 2020-06-2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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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사모펀드 잔혹사'…"감시체계 마련해야"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옵티머스부터 라임까지 펀드 환매중단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박원희 기자 = 사모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반복되면서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발을 막기 위해 사모펀드 관련 감시 체계를 마련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진단한다.

◇ 라임 이어 옵티머스도…연이은 환매 중단 사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운용사인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지난 17일 옵티머스크리에이터 25·26호 펀드의 만기를 하루 앞두고 이 펀드의 만기 상환을 연장해달라고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등에 요청했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 규모는 일단 380억원 수준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사한 구조의 펀드 판매 규모를 고려할 때 환매 중단 금액이 5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옵티머스크리에이터펀드는 편입 자산의 95% 이상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이 발주한 건설 공사 매출채권이라고 소개된 펀드다.
그러나 이 펀드는 실상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 등 공공기관 매출 채권과 무관한 사채를 일부 자산으로 편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가 자산 편입 내역을 의도적으로 위·변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라임자산운용에서 1조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키면서 금융투자업계에 충격을 줬다.
개인간거래(P2P) 대출업체 '팝펀딩'에 투자하는 자비스자산운용과 헤이스팅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서도 최근 잇따라 환매 중단이 발생하고 있다.



◇ 사모펀드 사고 계속되는 이유는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모펀드 관련 사고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 감시체계의 부재를 꼽는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운용사가 당초 투자설명서를 통해 밝힌 투자 자산과 다른 자산이 펀드에 편입돼 있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 중 하나인데, 이런 문제를 걸러낼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펀드 운용 관련 주체는 크게 자산운용회사와 수탁회사, 사무관리회사(사무수탁회사), 판매회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운용사는 말 그대로 고객으로부터 모은 자금을 투자·운용하는 회사다.
수탁회사는 운용사로부터 운용 지시를 받아 실제로 자산을 매매하고 보관·관리하는 역할을 하며, 사무관리회사는 펀드 기준가 산정 등 사무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회사는 펀드 가입·출금 등 판매 업무를 맡는다.
이때 공모 펀드의 경우 수탁회사는 운용사의 운용 지시가 관련 법령이나 투자설명서를 위반하는지 확인하고, 위반 사항이 있다면 해당 지시의 철회·변경 또는 시정을 요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수탁회사는 현행법상 특례 조항을 적용받아 운용상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가 없다.
사무관리회사 역시 운용사가 알려주는 편입 자산대로 기준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자산 위조 여부 등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운용사가 수탁회사에 내린 운용 지시와 사무관리회사에 전달한 운용 내역이 다르다고 해도 사실상 이를 확인할 방도가 없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사모펀드 수탁회사와 판매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운용사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인 데다 소급 적용도 되지 않는다.

◇ "무늬만 사모펀드…감시 체계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결국 사모펀드에도 적절한 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공모 펀드는 불특정 다수가 가입하다 보니 펀드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있고, 펀드 자산에 대해서도 감시를 하는 등의 토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히 공모 펀드는 돌려막기라는 게 있을 수 없지만, 현재 사모펀드는 그런 토대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애초에 사모펀드는 이 펀드의 구조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전문가들이 가입해야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그냥 소수의 사람이 가입하는 공모 펀드처럼 돼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사모펀드는 '무늬만 사모펀드'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공모 펀드인데 사모 펀드처럼 운용될 거면 그런 규제를 마련하거나, 아니면 진정한 사모펀드를 하든가 둘 중 하나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징벌적 과징금 등 처벌을 더 강화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개인적 책임과 관련된 부분도 현실성 있게 강화해줘야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s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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