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주장…볼턴, 일본과 보조 맞춰 선언 저지
"일부러 북한 거절할 조건 제시해 북미종전 공동성명 차단"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의 종전을 공식 선언하려고 했으나 일본이 반대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발간 예정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통해 그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일본의 이 같은 행태를 털어놓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담 일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오찬을 함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자신이 끝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료돼 있다는 나쁜 소식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는 특정 지점에서 북한에 그런 양보를 하는 것을 꺼리지는 않았으나 트럼프가 당장 하려고 한 것처럼 그걸 공짜로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종전선언을 하나의 제스처이자 언론홍보용 횡재로 여겼을 뿐 국제관계에 미칠 중대한 영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종전선언을 두고 일본의 입장을 무겁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리가 이런 양보를 할지도 모른다는 데 대해 일본이 특별히 불안해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오후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야치(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가 무슨 얘기를 할지 대단히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북미 종전을 공동성명 형식으로 선언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는 회고도 나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아베 총리가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가던 길에 워싱턴DC를 그날 방문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인들은 살아남은 자들(survivors)로, 그들은 자기네 체제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은 매우 거칠고 약삭빠른 정치인들이다. 이게 다시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으로 생각하면 그들은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북한을 주제로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평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핵무기·탄도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기본선언 등을 북미 종전선언의 대가로 북한에 요구하는 방안을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북한이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봤으나 최소한 종전선언 양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저의를 설명했다.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서명한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종전선언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며 평화체제 구축 약속에 대한 후속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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