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신생아들이 맞는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폴 피델 구강 생물학 교수와 툴레인대학의 마리리 노베르 미생물학-면역학 교수는 MMR 백신 같은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킨 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이 표적 병원체와 무관한 치명적 비특정(nonspecific) 감염으로부터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CNN 뉴스 인터넷판과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20일 보도했다.
두 학자는 미국 미생물학학회 학술지 '엠바이오'(mBio)에 게재된 서한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생백신이 표적 바이러스와 무관한 다른 감염에도 간접 효과를 보이는 것은 훈련을 받은 비특정 내재면역 세포(innate immunity cell)들이 추후 감염 발생 시 숙주 반응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두 학자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생백신이 골수에 있는 백혈구 전구세포를 훈련시켜 '훈련된' 내재면역계를 형성, 추후의 폭넓은 감염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명이 긴 골수 유래 면역억제 세포(MDSC: 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s)는 시험관과 동물 실험에서 패혈증에 의한 염증 폭발과 그로 인한 사망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두 학자는 밝혔다.
따라서 MMR 백신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중증 폐 감염과 패혈증을 억제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두 학자는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는 미 해군 핵추진 항모 루스벨트 호의 승조원 가운데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955명이 모두 가벼운 증상을 보였고 입원한 병사는 1명뿐이라는 사실이 지적됐다.
미국 해군은 모든 신병에게 MMR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데 그 덕을 본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자면 최소한 수개월, 어쩌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보건의료 종사자와 요양원 입원자들을 대상으로 MMR 백신을 접종, 효과를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두 학자는 건의했다.
MMR 백신은 생후 1년과 3~4년 두 차례에 접종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차 접종률은 95%, 2차 접종률은 87.4%라고 한다.
어린 연령층이 특히 코로나19에 강한 저항력을 보이는 것도 MMR 백신 접종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MMR 백신은 1963년 처음 도입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출생해 지금은 고령자가 된 노인들은 이 백신을 맞지 못했다.
고령 환자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유달리 높은 이유가 MMR 백신을 맞지 못한 세대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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