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국과 국경서 또 충돌하면 총 쏜다…교전규칙 개정

입력 2020-06-22 11:58   수정 2020-06-26 15:29

인도, 중국과 국경서 또 충돌하면 총 쏜다…교전규칙 개정
총기사용 제한 완화 등 지휘관에 자유재량권…긴장 고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이달 15일 중국군과 충돌 과정에서 20명의 자국 군인이 사망하자 국경 교전 규칙을 개정했다.
인도군이 비무장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당했다는 자국 내 비판이 일자 총기 사용을 금지한 국경 지대 교전 규칙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확전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완충 장치가 사실상 제거됨에 따라 양국 국경지대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이 21일 군 수뇌부와 회의를 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국경지대에 배치된 인도군의 지휘관은 앞으로 자체 판단에 따라 적대행위에 대해 자유재량권을 갖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인도·중국 국경지대 최전방 2㎞ 이내의 군인은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할 수 없었다. 설령 총기를 휴대하더라도 탄창을 제거한 채 등에 메야 했다.
양국은 국경지대의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6년과 2005년에 이런 내용을 합의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때문에 양국 군인은 과거 국경 충돌 때 총격전 대신 난투극이나 투석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 충돌에서는 중국군이 못이 박힌 쇠막대를 동원하는 등 과거에 볼 수 없던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인도 측에서 제기됐다.
당국자는 "최전방의 군인들에게는 먼저 싸움을 일으키지는 않되 적의 침범이 있을 경우 물러서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15일과 같은 극심한 도발이나 이례적인 상황에서는 지휘관이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인도는 러시아와 이번 충돌 문제를 논의하며 중국 측을 압박할 계획이다.
싱 장관은 오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 러시아 측과 관련 사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앞서 15일 밤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분쟁지 갈완계곡에서는 인도군과 중국군 간 무력 충돌이 발생, 양측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아직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3천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다.

한편, 이번 충돌과 관련해 인도 야권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최근 발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모디 총리는 19일 "누구도 우리 국경으로 침범하지 못했으며 현지에 누구도 남아있지 않다"며 "우리의 주둔지도 빼앗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도가 이번 충돌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말로 보이지만 동시에 중국군이 국경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인도와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놓고 서로 상대가 자국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첨예하게 맞선 상태였다.
이에 연방의회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지도자 라훌 간디는 트위터를 통해 모디 총리가 중국에 항복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INC의 또 다른 지도자 카필 시발도 "아무도 인도 영토를 침범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우리 군인 20명이 죽을 수 있느냐"고 모디의 발언을 공격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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