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북 목적은 시간벌기"…트럼프 "경제제재만으론 불충분" 화답
"아베 日 총리도 사실상 미국 무력행동 지지"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에 공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기 전인 2018년 3월 초의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일단 볼턴 전 보좌관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당시 평창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인권 유린과 관련한 제재대상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정치를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방문을 자신의 성공으로 강조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어 북한 대표팀의 참가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한 것도 올림픽 정신과는 상관이 없는 통탄할만한 패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좌파는 북한을 잘해주면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는 햇볕정책을 숭앙하지만 사실은 북한 독재정권에 보조금을 주는 것뿐"이라는 인식도 내비쳤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 기대가 확산했지만, 볼턴은 선제타격론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볼턴과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등 3인이 만난 것은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기 직전인 2018년 3월 6일.
볼턴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지금 원하는 것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완료할 시간벌기"라며 "지금이야말로 김정은이 무력을 가장 두려워할 때"라고 주장했다.
선제타격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경제 제재만으로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을 완전히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면서 북한이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북한이 지금 화학무기를 팔고 있지만, 조만간 핵무기를 팔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였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의 보고 이후 이틀 후인 3월 8일 정의용 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1차 북미정상회담을 발표하면서 선제타격론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아무런 효과가 없고, 선제타격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시각을 반복해서 드러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언급하면서 "이런 만행은 북한 정권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7년 9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미국의 입장을 굳게 지지한다"고 밝힌 대복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무력 행동에 대해 일본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지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볼턴 전 보좌관은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이 커졌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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