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병수 교수 "A4용지 화학 처리해 다용도 분리막으로 변환"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일반 A4 용지를 간단하게 화학적으로 처리해 기름이나 중금속 등 다양한 물질을 분리하는 다용도 셀룰로스 막을 만들었다.
연세대 화학과 김병수 교수팀은 주변에서 널리 사용되는 A4 용지가 셀룰로스 함량이 높은 소재라는 데 착안, A4 용지를 산과 염기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물질을 분리하는 다용도 셀룰로스 막을 만들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화학회(ACS)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됐다.
셀룰로스는 고등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주성분이며, 자연계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다당류 유기화합물로 섬유소(纖維素)라고도 한다.
종이는 주로 셀룰로스와 탄산칼슘(CaCO₃)에 다양한 첨가물질을 더해서 만든다. 셀룰로스는 미세한 구멍이 많은 다공성 망을 형태로 종이의 기본구조를 이루고, 15% 정도를 차지하는 탄산칼슘은 흰 광택이 나게 하고 물리적 강도를 높여준다.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A4 종이가 가장 흔한 셀룰로스 기반의 복합재료라는 점에 착안해 이를 이용한 다목적 셀룰로스 막을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먼저 A4 용지를 산으로 처리, 탄산칼슘을 녹여내 친수성(hydrophilic ;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는 성질)을 띤 셀룰로스 막만 남도록 했다. 탄산칼륨은 조개껍질의 주성분으로 산성 물질을 만나면 분해된다.
이어 셀룰로스 막을 염기로 처리해 셀룰로스 표면에 다양한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작용기(alkoxide, -O-) 상태로 만들고 이곳에 소수성(hydrophobic ;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지 않는 성질)을 띤 물질을 붙였다.
산·염기로 처리해 친수성을 띤 셀룰로스 막은 물-기름(헥산)을 섞은 혼합용액 분리 실험에서 물만 통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셀룰로스 표면에 소수성 물질을 붙인 막은 물-기름 혼합용액 중 기름만 통과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수성을 띤 셀룰로스 막으로 학알을 접어 물-기름 혼합용액에 넣은 결과, 학알의 내부로 기름만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수 교수는 "일반 종이로 만든 셀룰로스 막의 표면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목적의 분리막이 될 수 있다"며 "소수성 물질 대신 항균성 재료나 분자를 붙이면 항박테리아성 분리막이 되고, 중금속 입자를 흡착하는 물질로 표면처리를 하면 중금속 분리막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는 일반 A4 용지처럼 일상생활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재료들도 어떻게 접근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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