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피하려는 시민들, 자전거에 주목…자전거 판매점·수리점에 고객 몰려
브뤼셀 당국, 자전거 도로 확충 발표…차없는 거리·운행 속도 제한도 속속 도입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주요 기구가 몰려있어 '유럽의 수도'라고도 불리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3월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이 취해지면서 출퇴근 시간이 되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곤 했던 브뤼셀에서 자동차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평소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과 트램, 버스에도 승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5월부터 점진적으로 봉쇄가 완화돼 현재는 대부분의 경제, 사회 활동 등에 대한 제한이 해제된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적이는 대중교통 이용을 되도록 피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자전거가 대안 이동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브뤼셀 거리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달 11일 영업을 재개한 자전거 상점들은 몰려든 손님으로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고, 집에 있던 자전거를 고치려 자전거 수리점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벨기에 매체는 전하고 있다.
사람들이 봉쇄 기간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와중에 그 장점을 새롭게 알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자전거 상점 주인은 현지 매체 'BRUZZ'에 "사람들은 차 없는 브뤼셀을 경험했다. 그것은 어쩌면 이동 수단을 바꿈으로써 좀 더 건강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벨기에 일간지 '라 리브르 벨지크'에 따르면 최근 벨기에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7.6%가 봉쇄 기간 자전거를 더 많이 탔다고 답했다.
또 이 기간 자전거를 탔다는 응답자 가운데 84.2%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전거를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당국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시민들이 대중교통 대신 되도록 개인 이동 수단을 이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봉쇄 완화 이후 대중교통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이용이 증가해 고질적인 교통 정체와 대기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EU는 코로나19 이후 '녹색 회복'을 강조하고 있고, 벨기에도 올해 초 이미 대규모 녹색 교통체계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브뤼셀 시내에서는 자전거 도로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나 덴마크 코펜하겐 등에 비하면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브뤼셀은 길이 좁고 자동차가 많아 자전거를 타기 까다롭기도 하다. 이에 따라 브뤼셀 당국은 자전거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얼마 전 브뤼셀 당국은 40㎞ 자전거 도로를 추가로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지금까지 이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마무리했다. 또 곳곳에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거나 운행 속도가 시속 30km로 제한된다.
최근 나온 브뤼셀에 대한 연구 저널 '브뤼셀 연구'에 따르면 브뤼셀에서 자전거가 폭넓게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중산층의 여가 활동이었다가 20세기 초 노동자층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넓게 퍼졌다.
1905∼1935년 브뤼셀에서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도 더 중요한 이동 수단이었다. 그러다가 20세기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자동차의 증가에 따라 실용적 목적의 이용이 점차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위기 와중에 자전거의 인기가 오르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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