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먼, 법무부의 뉴욕시장 비판서한에 '정치공작'이라며 서명 거부"
사회적 거리두기 이유로 종교집회는 금지하고 시위는 허용하는 것 비판하는 서한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최근 제프리 버먼 미국 뉴욕 남부지검장의 갑작스러운 해임 배경에 그가 법무부에 항명한 일이 작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비판하는 서한에 버먼 지검장도 서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가 거부한 게 결국 해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은 금요일이던 지난 19일 뚜렷한 배경 설명 없이 버먼 지검장의 교체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버먼 지검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후임자가 상원의 승인을 받을 때까지 임무를 계속하겠다고 버텼지만, 바 장관은 자신의 요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직접 해임했다고 통보했다.
또다시 벌어진 '금요일밤의 학살'을 두고 버먼 지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거침없이 수사해온 점이 교체 배경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WSJ은 더블라지오 시장 비판 서한을 두고 버먼 지검장과 법무부가 벌인 실랑이 역시 교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 장관이 버먼 지검장 교체 방침을 밝히기 하루 전인 지난 18일, 법무부 측은 버먼 지검장에게 서한 서명을 요구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종교 집회는 금지한 반면 최근 확산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허용하는 것을 두고 '이중 기준'이라며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당초 서한에는 법무부 시민권 담당 부서장 에릭 드레이밴드와 버먼 지검장의 공동 서명이 담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버먼 지검장은 이 서한은 뉴욕시와 뉴욕 남부지검 간 관계를 악화할 정치공작이라며 서명을 거부했다. 결국 서한에는 드레이밴드의 서명만 담겼다.
WSJ은 버먼 지검장의 서명 거부로 바 장관의 심기가 불편해졌다고 전했다. 바 장관은 안 그래도 버먼 지검장이 고집이 세고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보고 후임자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이후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뉴욕 남부지검장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바 장관은 그에게 직을 맡길 생각을 하게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바 장관은 이튿날 버먼 지검장을 만나 그에게 SEC 위원장이나 법무부 시민권 담당 부서장직을 제안했고, 같은 날 오후 9시께 버먼 지검장 교체 방침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WSJ는 "이와 비슷한 류의 서한에 검사들이 공동 서명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왜 더블라지오 시장에게 보내는 서한에 다른 뉴욕 검사들은 제치고 콕 집어 버먼의 서명을 요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법무부 감찰관 등에 보낸 서한에서 버먼 지검장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관계자들에 대해 진행되는 범죄 수사에 개입한 인상을 준다"며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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