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뇌물 수수 혐의 재판을 앞두고 법원에 출두했다.
현지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주마 전 대통령은 자신이 부통령이던 1999년 당시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와 2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와 관련해 400만 랜드(약 2억6천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을 비롯해 사기, 돈세탁 등 1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혐의는 주마 전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 속에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의해서 권좌에서 쫓겨난 지 한 달 만인 2018년 3월 다시 제기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2009∼2018년 재임 기간 각종 부패 혐의로 얼룩지고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지만, 이 같은 혐의 제기에 대해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전직 지도자의 잘못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아프리카 사법시스템에서 주마 전 대통령의 재판 진행은 이례적이다.
야당인 민주동맹(DA)의 존 스티엔허이센 임시대표는 지난 3일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개최한 웨비나에서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예로 들면서 "남아공도 국가 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이날 검은 회색 정장에 마스크를 쓰고 피터마리츠버그 고등법원에 나왔다.
이날은 정식 재판 전 청문회로 진행됐으며 상당 부분 향후 재판 기일 지정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주마 전 대통령은 재판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려고 다방면으로 애써왔다.
다야 필레이 판사는 이날 언제 재판이 시작될지 날짜를 정하지 않았으나, 오는 9월 8일까지 휴정을 결정하면서 그동안 기일을 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주마 전 대통령은 재판을 고의로 기피한다는 이유로 체포영장까지 발부됐으나 이번에 법원에 출두하면서 체포영장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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