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길' 돌아 조국 품 안기는 6·25 전사 국군 유해

입력 2020-06-24 08:29   수정 2020-06-24 11:45

'머나먼 길' 돌아 조국 품 안기는 6·25 전사 국군 유해
하와이서 엄숙한 분위기 속 50분간 147구 인계식…24일 오후 한국 도착
성조기에서 유엔기 거쳐 태극기 갈아입고 한국행 비행기 안치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에 있던 한국전 전사 국군 유해 147구를 고국의 품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인계식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거행됐다.
국방부와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은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24일 오전 5시)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JBPHH)에서 유해 147구를 한국으로 봉환하기 위한 유해 인수식을 가졌다.

이번에 봉환되는 대상은 북한에서 발굴해 미국에 전달한 유해 중 한미 공동 합동 감식을 통해 국군으로 판정된 유해다.
한국전에서 안타깝게도 전사한 뒤 나중에 북한에서 발굴하고 미국까지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6·25 발발 70년을 앞두고 마침내 고국의 품에 다시 안기는 것이다.
미 국방부 웹사이트 중계 영상에 따르면 이날 인수식은 시종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50분가량 진행됐다.
한국에서 국방부 박재민 차관과 허욱구 유해발굴감식단장, 신상범 6·25전쟁 70주년 사업단장, 김준구 주 호놀룰루 총영사가, 미국에서는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과 다리우스 버나지 DPAA 부국장, 그리고 마크 질렛 UN사 참모장 등 100명가량이 참석했다.
행사는 추념사에 이어 한국, 미국, 유엔사가 각각 유해 인계에 동의하는 서명식을 거쳐 유해가 담긴 관을 한국 측에 전달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연단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로 미리 싸여 있던 유해 상자를 미군 2명이 조심스럽게 벗겨낸 뒤 이를 유엔기로 다시 감싸는 관포 절차를 진행하고 마지막에는 태극기로 한 번 더 정성스럽게 갈아입혔다.
수많은 사연을 담은 유해 상자는 이렇게 한국 유해발굴감식단의 손에 전달돼 비행장에 대기 중이던 공군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으로 이동했다. 이 상자 외에 나머지 146구의 유해는 이미 기내로 옮겨진 상태였다.
박 차관과 데이비슨 사령관이 헌화한 뒤 유해를 태운 비행기를 향해 거수경례하고 일동 묵념의 시간을 가지며 유해 인수식은 50분 만에 끝났다.
이날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탓에 규모를 줄이고, 참석자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달라는 안내 방송도 나왔다.
박 차관은 추념사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와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미국에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신원이 확인된 7구는 유가족 품에 돌아가 감동을 더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유해가 한국에 도착하면 현지에서 미군 유해 7구를 미국으로 봉환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한미동맹은 전례없는 상호 신뢰와 가치, 우정에 기반한 굳건한 동맹"이라며 "한반도에 주둔한 한국군과 미군은 마지막 숨결을 조국에 바친 호국 영웅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면서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외쳤다.
유해를 실은 항공기는 한국 시각으로 24일 오후 4시 50분께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미국은 앞서 2012년 12구, 2016년 15구, 2018년 65구 등 3차례에 걸쳐 92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한국으로 인계한 바 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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