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올해 3∼4월 한국 등 주요 신흥국에서 유출된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규모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의 2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이 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4월 주요 신흥국 30곳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규모는 896억달러(약 108조원)였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10월 유출 규모(441억달러)의 2배가 넘는다.
한은은 "올해 3∼4월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심리가 급격히 커지면서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하거나 코로나19에 따른 실물 충격을 크게 받은 일부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신흥국의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신흥국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대외 부문 취약성이 높은 일부 신흥국의 채무 불이행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외환보유액 대비 대외자금조달 필요액(GEFR)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대외지급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대비 GEER 비율은 아르헨티나(341.0%), 남아프리카공화국(266.5%), 칠레(233.9%), 터키(224.8%), 우크라이나(210.0%) 등지에서 200%를 넘는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기업들의 외화 표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급격히 늘어나 해당 회사채의 부실이 신흥국 금융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가운데 신흥국 기업의 외화 표시 회사채 발행액은 2010년 351억달러에서 지난해 1천961억달러로 급증했다.
특히 같은 기간 투기 등급 회사채는 발행 규모가 87억달러에서 1천29억달러로 12배 가까이 부풀었다.
신흥국 기업의 수익성·현금 흐름이 크게 악화하면 신흥국 투기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가 급등하고 부도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적인 경기침체 심화, 위험회피 성향 강화 등은 일부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을 초래하고, 채무불이행 등 잠재리스크를 현실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규모 미 달러화 자금공급,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지원 강화 같은 정책 대응은 신흥국의 금융 불안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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