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반군 출신 코소보 대통령, 전쟁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입력 2020-06-25 01:54  

게릴라 반군 출신 코소보 대통령, 전쟁 범죄 혐의로 기소돼
특별재판소 검사실 "코소보 내전 중 살상·학대·고문 혐의"
하심 타치 대통령, 세르비아와의 평화협상 위한 미국 방문 취소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세르비아와의 평화협상을 앞둔 코소보 대통령이 코소보 내전 당시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코소보 내전 당시 전범 문제를 다루는 특별재판소 검사실은 지난 4월 하심 타치 대통령을 전쟁 범죄 및 반인류 범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치 대통령이 소속된 코소보민주당(PDK) 대표이자 전직 국회의장인 카드리 베셀리 등 다른 9명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타치 대통령 등은 내전 중 100명에 가까운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인명 살상과 학대·고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특별검사실은 성명을 통해 "이번 기소는 오랜 수사의 결과로, 합리적 의심을 넘어 모든 범죄 혐의가 입증 가능하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타치 대통령과 베셀리가 그들의 범죄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훼손하려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코소보는 1998∼1999년 세르비아에서 분리·독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잔혹한 내전을 겪었다. 이 내전으로 1만3천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타치 대통령과 베셀리 대표는 당시 세르비아 보안군에 대항하는 게릴라 조직인 코소보해방군(KLA)을 이끈 지휘관 출신이다.
두 사람은 어떠한 전쟁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조만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특별재판소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코소보 내전과 관련해 그동안 세르비아 보안군의 고위 인사 일부가 전쟁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아 수감됐으나 KLA 관련 인사는 처벌된 적 없다.
코소보 내에선 이번 전범 기소가 정국 지형에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하심 대통령은 지난 2016년 2월 대통령에 선출돼 임기를 6개월 남짓 남겨놓고 있다.
앞서 작년 7월에는 코소보 총리로 있던 라무쉬 하라디나이가 전범 혐의로 특별재판소에 출석을 요청받자 총리직에서 전격 사임해 10월 조기 총선으로 이어지는 등 정국 혼란이 초래된 바 있다.
세르비아와의 평화협상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그는 오는 2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인 세르비아측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기소 발표 직후 미국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그를 대신해 이달 초 취임한 압둘라 호티 총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코소보는 내전 종식 후 9년이 지난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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