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위스콘신 반인종차별 과격시위…'노예제 반대' 동상도 훼손

입력 2020-06-25 09:00  

미 위스콘신 반인종차별 과격시위…'노예제 반대' 동상도 훼손
식당 소란행위 흑인 체포 후 시위 재점화…"흑인에 대한 과잉 반응"
주청사 건물 훼손되고 주의원 부상…주지사 "주방위군 소집 준비"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20대 흑인 남성이 한 식당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체포된 사건 이후 인종차별 논란이 다시 불붙고 폭력 시위로 비화했다.
24일(현지시간) 지역언론과 CNN·NPR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 주도 매디슨에서 전날 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져 피해가 잇따랐다. 주청사 건물이 훼손되고, 동상이 파괴됐으며, 주상원의원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날 시위는 흑인 드보니어 존슨(28)이 매디슨 시내 한 레스토랑에서 야구방망이와 메가폰을 들고 걸어 다니며 백인 직원들에게 "인종주의자"라고 항의하다 경찰에 넘겨진 후 촉발됐다. 존슨의 이런 행동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을 피해 달아나려다 제압됐고, 무질서한 행동과 무기 소지, 공무집행 방해, 도주 시도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존슨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후 "흑인에 대한 과잉 반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일부 주민들이 주청사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항의 행진을 하다 주청사 유리창을 깨고 불을 질렀으며, 인근의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을 부수는 등 과격 행위를 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후 미국 전역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유지를 주장한 남부연합 관련 인물들의 동상이 잇따라 훼손되고 철거돼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매디슨 시위대가 쓰러뜨려 인근 강물에 던져 넣은 동상 중에는 연방군 소속으로 노예제 폐지를 위해 싸우다 숨진 노르웨이 이민자 출신 한스 크리스티안 헤그 대령(1829~1863)의 동상도 포함돼있다.
헤그 대령의 동상이 서 있던 받침대에는 "블랙 이즈 뷰티풀"(Black Is Beautiful)이란 문구가 씌어있었다.



지역방송 WKOW는 "시위대는 위스콘신주 신조인 '전진'을 상징하는 기념물이자 수십년간 주청사 앞을 지켜온 '포워드'(Forward) 동상도 쓰러뜨렸다"고 전했다.
주상원의원인 팀 카펜터는 시위 현장을 사진기에 담다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카펜터 의원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8~10명이 무차별 주먹질을 하고 머리를 발로 찼다"면서 "폭력을 멈추고, 평화적 시위를 이어가자"고 호소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24일 성명에서 "이번 시위는 주정부 자산에 큰 피해를 줬다"면서 "폭력은 어떤 목적에서든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그릇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정부 건물들과 인프라 보호를 위해 주방위군을 소집할 준비가 됐다"며 "지역 사법당국과 함께 어젯밤 벌어진 사건의 상세 경위를 확인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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