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지표 위험수준 치솟았다가 안정
봉쇄 강약조절은 '뉴노멀'…"당국, 대응속도가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 대대적인 재유행을 막기 위해 독일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귀터슬로의 대형도축장에서의 집단감염이 재유행으로 진화하지 않도록 하는 게 당국의 목표다.
보건 당국은 다만, 전국적인 봉쇄 조처 재도입을 검토하기보다는 '두더지 때리기식'으로 지역에 한정한 조처를 도입하면서 검사와 접촉자 추적 조사에 올인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한국의 질병관리본부 격인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에 따르면 독일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는 0.72로 떨어졌다. 독일의 이날 신규확진자수는 587명이고, 누적 확진자수는 19만1천449명이다.
재생산지수는 환자 한명당 감염자 수를 말한다. 1 이하로 떨어지면 전염병이 쇠퇴한다는 의미고, 1 이상이면 확산한다는 의미다.
당초 지난달부터 1 이하로 떨어졌던 재생산지수는 귀터슬로의 대형도축장에서 1천500명 이상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 21일 2.88까지 올라갔다가 22일 2.76으로, 23일에는 2.02로 떨어진 후 1 이하로 내려갔다.
마리에케 데겐 로버트코흐연구소 부대변인은 "전반적으로 신규확진자 수가 독일처럼 하루 수백명 수준으로 낮은데, 일부 큰 집단감염이 발생한다면 재생산지수는 빠르게 상승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재생산지수가 1 이하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만약 재생산지수가 1 이상으로 올라가면 새로운 통제 조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은 지난주부터 집단감염이 발생한 귀터슬로의 대형도축장 퇴니스를 폐쇄하고, 직원7천명과 가족들을 자가격리시켰다. 지난 23일부터는 36만명이 거주하는 귀터슬로 전반에 대해 공공장소 통제조치를 내렸다.
박물관, 영화관, 체육관, 수영장, 헬스장, 바 등의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전국적인 봉쇄조처 재도입보다는 '두더지 때리기식'으로 지역에 한정한 조처를 도입한 것은 독일 뿐만이 아니라고 미국 CNN방송은 전했다.
중국 베이징시는 55일여간 신규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다가, 새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부분 봉쇄령을 내렸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지난달 9일 이후 서울의 모든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CNN은 지적했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새로운 곳에서 툭 튀어나오면 이를 진압하기 위해 끊임없이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는 양상이다.
토마스 캄라트 독일 프리트리히-쉴러대학병원 면역학과 교수는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바이러스가 전체인구에 낮은 수준으로 퍼져있는 것"이라며 "만약 특정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현지 보건당국이 이를 제압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히 조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두더지 잡기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마크 틸데슬리 영국 워윅대 교수는 "언제나 전염병에는 어느 정도 뒤처져 있는 셈"이라며 "사람들은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감염돼 있을 수 있고, 문제를 인식했을 때는 훨씬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학자인 마르틴 슈투르머 프랑크푸르트 IMD실험실 책임자는 "10만명당 7일 이상 5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지역은 봉쇄에 들어가야 하는데 독일 퀴터슬로의 경우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축장 직원들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그 정도 확진자 수가 늘어났다면 지역주민들에게 경고가 있었어야 한다"면서 "집단감염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방역에 성공하려면 시스템의 모든 부분이 잘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은 빠르게 개입해야 하고, 주민들은 봉쇄 조처를 존중해야 하고, 기업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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