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연합과 무관한 기념물도 훼손…트럼프 "예수상까지 노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 정부가 인종차별 항의시위대로부터 역사적 기념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집행요원들을 동원할 조짐이다.
최근 미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실(USMS)은 전국의 기념물 보호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USMS 내부 이메일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이 확보한 이메일에서 앤드루 스미스 USMS 부실장은 "전국의 국가 기념물 보호 지원을 위해 즉시 대비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알렸다.
USMS 요원들은 주로 사법부 경호와 수배자 체포 업무를 맡는다.
이날 데이비드 번하트 내무장관은 수도 워싱턴DC 곳곳에 놓인 기념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 방위군 투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워싱턴DC 주방위군은 현재 병력 400명이 투입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이달부터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전국 각지에서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훼손하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남부연합 지도자들을 노리던 시위대는 이제 남부연합과 무관한 인물들의 동상도 겨냥하고 있다.
이들 역시 노예를 소유하는 등 인종차별에 가담했다는 이유에서다.
시위대가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율리시스 그랜트 전 대통령의 동상을 끌어 내린 게 대표적 사례다.
그랜트 전 대통령은 1865년 남북전쟁에서 북부군을 이끌고 남부연합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장군 출신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예수상까지 파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위대는 예수,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내가 있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기념물을 파손하면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앞서 그는 지난 22일 트위터로 "많은 사람이 수치스러운 반달리즘(vandalism·공공기물 파손)으로 체포됐다"며 "재향군인 기념물 보존법에 따라 징역 10년이다. 조심하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수상을 언급한 건 전날 흑인 인권 운동가 숀 킹이 올린 트윗과 관련있어 보인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킹은 "그들이 예수라고 주장하는 백인 유럽인 동상들 역시 내려와야 한다"며 "이 동상들은 백인 우월주의의 한 형태다. 항상 그래왔다"고 주장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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