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23년부터는 국내 상장주식을 사고팔아 연간 2천만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면 소액주주라도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 대신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내던 증권거래세 세율은 현행 0.25%에서 2022∼2023년에 걸쳐 0.15%까지 낮아진다. 주식거래로 많은 돈을 번 사람에게는 순소득에 비례해 세금을 물리되 거래세를 낮춰 주식거래를 보다 활성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은 지분율이 일정 기준(코스피 1%, 코스닥 2%)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주식 총액이 10억원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주식 양도세를 물렸고, 대다수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만 냈다. 정부는 25일 8차 비상경제 중앙 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이며, 주식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 금융 세제 개편 방안은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대다수 소액 일반 주식투자자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유리할 것 같다. 이들에게는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내야 하는 0.25% 증권거래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거래세 이상의 차익을 남겨야 하는데 기관 투자가들이나 주식시장을 주무르는 큰 손들에 비해 정보나 베팅 능력이 떨어지는 일반 투자가들은 주식시장의 약자일 수밖에 없다. 주식거래로 과세기준인 연간 2천만원 이상 순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전체 주식투자자 600만명 가운데 30만명(5%)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570만명(95%) 정도는 주식 양도세를 내지 않고 거래세만 적게 내게 되니 불리할 게 없다.
정부는 일반 주식 양도세의 신설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보완 장치도 촘촘히 짰다.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따져 이익에서 손실을 차감한 순소득이 연간(1∼12월) 기준 2천만원을 넘을 때만 과세한다. 그뿐만 아니라 과세연도에 많은 순이익이 발생했더라도 직전 3년 전까지 손실이 생겼다면 이를 빼주는 손실 이월공제도 도입한다. 예를 들어 과세연도 직전 2년 동안에 1천만원의 손실을 보고 과세연도에 4천만원의 양도 차익을 남겼다면 3천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린다는 뜻이다. 또 과세분류 항목에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고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하나로 묶어 동일 세율로 과세키로 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주식뿐 아니라 채권 등 다른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했다면 투자한 모든 금융투자상품의 손실을 따져 순소득에 대해 동일한 방식으로 세금을 물린다. 기본공제 2천만원을 빼고 남은 과세표준 3억원까지는 20%, 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번 개편안은 정부 초안이다. 공청회와 금융회사 설명회를 거쳐 정부가 7월 말에 공개하는 세법 개정안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이후 소득세법과 증권거래세법 등 관련법 개정을 국회에 넘겨 입법 과정을 거친다. 금융투자소득 과세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개편안인 만큼 과세 사각지대 방치 등 불합리한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 반영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양도세로 세수가 늘어나는 규모로 거래세를 내려 전체 관련 세수는 변하지 않으니 증세는 아니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증세' 프레임을 차단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국내외 경제가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의료·복지지원이나 경기 부양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정부 내 증세 논의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중에 3천조원의 유동자금이 넘치는 상황이다. 정부는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을 과열시키지 않도록 시중의 유동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유도하기 위한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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