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92공식 중요성 호소…차이잉원 정부는 '일축'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한국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면 중국공산당이 대만 섬으로 패주한 국민당에 마지막 공격을 감행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마 전 총통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25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갑자기 닥친 전쟁은 동아시아 정세에 변화를 가져왔을뿐만 아니라 중화민국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며 "한국전쟁으로 중국공산당은 대만 공격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진행된 한국전쟁은 대만에 숨을 돌릴 기회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이끄는 국민당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이 이끄는 중국공산당과의 국공내전에서 져 1949년 대만 섬으로 패주했고 바로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마 전 총통은 오랫동안 동아시아의 화약고였던 한반도와 대만 해협 모두에서 최근 다시 전쟁 '점화'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양안(兩岸·중국 본토와 대만)이 92공식(九二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긴장 완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륙 당국(중국)이 즉시 대만을 향한 무력 위협을 중지하고, 차이잉원 정부는 92공식의 기초 위로 돌아와야 한다"며 "무섭던 전쟁의 교훈을 새김으로써 대만 해협을 전쟁의 경계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 전 총통의 이런 발언은 독립 추구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올해 대선에 압승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나서 중국이 대만을 향한 무력 압박 강도를 노골적으로 높여가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은 높은 대만 내 인기와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에 고무된 차이 총통이 양안 간 '현상'을 뛰어넘어 적극적인 대만 독립 노선을 걸을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인다.
대만에서 반중 정서가 크게 높아진 가운데 차이 총통은 지난달 취임 연설에서 첫 번째 취임 연설 때와 달리 92공식을 아예 언급하지 않기도 했다.
대만의 청와대 격인 총통부는 마 전 총통의 호소를 사실상 일축했다.
장둔한(張惇涵)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역사는 이미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갔다"며 "국민들이 일국양제를 거부하고 가치를 함께 나누는 국가들과 함께 노력하려는 것은 이미 시대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차이잉원 정부 역시 상대방인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중국 측이 제안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통일 방식에 대한 거부 방침은 분명히 하면서도 92공식은 정면으로 부정하기보다는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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