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자택서 할머니 요양원까지 완주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 마라톤 선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할머니를 격려하고자 꼬박 7일 동안 350㎞를 달려갔다고 미 ABC 방송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마라토너인 코리 카펠로니는 지난 12일 워싱턴DC 자택을 출발해 북쪽으로 달린 끝에 7일 만인 지난 19일 펜실페이니아주 스크랜턴에 도착했다.
이곳은 카펠로니의 고향으로, 그의 할머니인 루스 안드레스(98)가 머무는 요양원이 있는 곳이다.
카펠로니는 직원들의 환호 속에 요양원에 도착한 순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4층 창문을 향해 "할머니는 강한 분이세요. 이제 99살이 되시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길이 있어요"라고 외쳤다.
할머니는 이달 초 코로나 확진을 받아 창문을 사이에 두고 손자를 봐야 했다. 창문 아래에 "사랑한다 코리야"라고 적어놓는 것으로 환영 인사를 대신했다.
카펠로니는 매일같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지만, 격리 탓에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달리기를 결심했다.
그는 "할머니는 가족도, 친구도 만날 수 없어 조금 우울해지셨다"면서 "내가 할머니의 기운을 북돋을 만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펠로니가 달린 거리는 350㎞로, 풀코스 마라톤(42.195㎞)의 8배가 넘는 거리다.
그는 이전에도 모로코에서 251㎞ 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6일째 되는 날 고비를 맞았다.
체력 고갈과 부상이 겹친 탓에 한계에 부딪혔지만, 중도 포기할 수 없었다. 달리지 못하니 걸어서 가기로 결심한 순간 그에게 반가운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할머니가 완치되셨대.'
카펠로니는 이번 마라톤을 계기로 코로나에 고립된 노인을 위한 온라인 모금을 벌여 25일 현재 2만4천800달러(2천900만 원)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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