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리비아 즉각적 휴전 지지, 시리아 인도주의 상황 개선 필요성 공감"
코로나19 대응 공조도 협의…푸틴 방러 요청에 마크롱 "늦여름 방러 원해"
(파리·모스크바=연합뉴스) 김용래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약 2시간 동안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리비아·시리아·우크라이나 분쟁 등 지역 현안과 양국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에서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는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양국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폭넓은 국제 현안 및 양자 현안이 깊이 있게 논의됐다"고 소개했다.
보도문에 따르면 두 정상은 내전 중인 리비아에서 전투가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분쟁 당사자들의 즉각적 휴전과 리비아인들 간의 대화 재개, 정치·외교적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 결집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내부 분쟁과 관련, 지난 2015년 민스크 합의의 핵심 조항들과 2019년 12월 9일 파리에서 열린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 등에서 채택된 결정의 이행에 진전이 없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동부 도네츠크·루간스크 지역(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반군 간의 직접 대화 추진 외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시리아 정세 논의와 관련한 견해 교환에서 양측은 테러리즘과의 비타협적 싸움 지속과 시리아 내 인도주의 상황 개선을 위한 조치의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 양국 외무장관들이 이 문제를 계속해 논의해 나가도록 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또 현존 군비통제 체제 유지와 군사 분야의 예측 가능성 및 신뢰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 양국 외무·국방장관들이 참여하는 '2+2' 형식을 통한 공동 업무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이밖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공조 문제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한편 엘리제궁 당국자는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리비아 문제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양국은 리비아의 안정화와 통합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프랑스는 러시아와 함께 여러 주제에서 논의의 진전을 이룰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크롱은 특히 리비아에서 터키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서부를 통제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와 동부 지역을 장악한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의 리비아국민군(LNA)으로 양분돼 내전을 벌이고 있다.
유엔이 인정한 합법 정부인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동부 유전지대를 차지한 LNA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러시아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프랑스도 LNA 쪽에 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프랑스는 공식적으로는 계속 부인하고 있다.
마크롱은 이날 회담에서 푸틴에게 리비아에 외세가 개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리비아에 진주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민간용병업체 '바그네르'(와그너) 문제도 거론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바그네르 그룹은 리비아에서 하프타르 사령관 측을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또 푸틴 대통령이 이날 마크롱 대통령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고, 마크롱이 이를 수락했다고 소개했다.
크렘린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초청을 받아들이면서 오는 늦여름(8월)쯤에 방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마크롱은 당초 지난달 9일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식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취소됐다.
이날 두 정상의 원격회담은 작년 8월 마크롱이 푸틴을 파리로 초청해 유럽과 러시아가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한 이후 약 10개월 만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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