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번째 주가 되고 싶은 워싱턴DC…드디어 하원 관문은 넘었다

51번째 주가 되고 싶은 워싱턴DC…드디어 하원 관문은 넘었다
승격법안 처음으로 하원 통과…공화 장악 상원·트럼프 부정적
1980년대부터 승격 추진…흑인 많고 진보성향 강한 민주당 텃밭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고 싶은 워싱턴DC의 꿈은 이뤄질까.
미 하원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를 주로 승격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2 대 반대 180으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부정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 사실 이번에 승격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수십 년의 노력 끝에 하원 관문을 처음 넘은 워싱턴DC엔 나름대로 경사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승격 추진 움직임이 이제야 하원 통과라는 결실을 맺은 셈이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는 '전 세계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주가 아닌 특별행정구역이어서 시민의 불만이 컸다.
각 주는 인구비례로 하원의원을 보유하고 상원의원도 2명씩 있어 의회에서 저마다의 입장을 대변하지만 워싱턴DC는 본회의 투표권이 없는 하원 대표자가 1명 있을 뿐 상원의원은 아예 없다.
입법 과정에 목소리를 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필요한 선거인단도 전체 538명 중 워싱턴DC엔 3명 배정돼 있다.
워싱턴DC 시의회가 예산을 짜더라도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워싱턴DC 시민은 22개 주보다 연방세도 많이 낸다고 한다. 연방정부로부터 예산의 30%를 지원받기는 하지만 더 높은 비율로 지원을 받는 주도 다섯 군데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더구나 주지사의 경우 만일의 사태에 주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는데 비해 워싱턴DC는 연방정부의 개입 여지가 커서 이번 인종차별 반대 시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병력을 워싱턴DC 안팎에 배치하며 긴장감을 급격히 키웠다.
이번에 워싱턴DC를 주로 승격시키자는 법안이 발의된 것도 이번 일이 도화선이 됐다. 민주당이 과반인 하원에서 법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인구가 70만명이 조금 넘는 워싱턴DC는 흑인 인구가 거의 절반에 달하고 진보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주로 승격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 상원의원 2명과 민주당 하원의원 1명을 추가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여긴다.
민주당 소속이자 흑인인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도 주 승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겨냥해 "우리가 너무 진보적이거나 흑인이 너무 많거나 민주당원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비난해왔다.
1993년에도 하원에서 워싱턴DC를 주로 승격하는 법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는데도 반대가 많아 부결된 바 있다. 이번에는 하원을 통과했으니 워싱턴DC 시민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미 법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워싱턴DC가 주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 여전히 갈 길은 먼 상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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