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정치인 게시물도 폭력선동·투표참여 억압하면 삭제"

입력 2020-06-27 07:58  

페이스북 "정치인 게시물도 폭력선동·투표참여 억압하면 삭제"
논란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 게시물 놔뒀던 페이스북, 종전 입장 뒤집어
"규정 위반했지만 뉴스 가치있는 게시물 남겨놓되 표지 달아놓기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정치 지도자의 게시물이라도 폭력을 선동하거나 투표 참여를 방해하는 내용이면 삭제하기로 했다.
이는 정치인들의 게시물은 콘텐츠 규정을 위반한 것이거나 허위정보를 담고 있어도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뉴스 가치가 있다며 삭제를 거부해온 종전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된 직원들과 모임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저커버그 CEO는 "나는 페이스북이 사람들이 중요한 이슈를 논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며 "그러나 나는 또한 증오나 폭력 선동, 투표 억압에도 반대하며 우리는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이든 그런 콘텐츠를 삭제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내가 오늘 발표하는 규정에는 정치인에 대한 예외는 없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 CEO는 또 페이스북의 규정을 위반했지만 뉴스 가치가 있고 공공의 이익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남겨두기로 결정한 게시물에는 표지(label)를 달겠다고 밝혔다.
이런 콘텐츠를 공유하려 하는 이용자에게는 해당 콘텐츠가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창이 뜨게 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의 이런 입장 전환은 지난달 말 인종차별 항의 시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삭제하지 않기로 한 페이스북의 결정을 두고 거센 비판이 쏟아진 뒤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글을 올렸고, 트위터는 이를 두고 '폭력 미화'라며 곧장 차단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저커버그 CEO는 "구체적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페이스북에 이를 놔뒀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비판이 쏟아졌고 페이스북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특히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겨냥해 '#이익을 위한 증오를 멈춰라(#StopHateForProfit)' 운동이 벌어지며 거의 100개에 달하는 기업이 페이스북에 7월 한 달간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동참한 상태다.
여기에는 유니레버, 버라이즌,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이 참여했다.
페이스북은 또 특정 인종이나 민족성, 성 정체성,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이나 이민자가 물리적 안보·보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증오 발언이 들어간 광고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난민이나 이민자 등이 열등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 담긴 광고도 금지된다.
페이스북은 이번 조치가 인권단체들과의 논의 끝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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