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 표면 수용체, 세포 안에서 뭉쳐 복귀 못 해
독일 MDC 연구진, '세포 이물 흡수' 이상 확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ApoE(아포지질단백 E) 유전자는 이제 일반인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ApoE는 노인성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 유전자'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확히 말하면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하는 건 인간에게 존재하는 3개 ApoE 변이형(ApoE2~4) 중 ApoE 4형이다.
이 ApoE4 유전자형이 뇌에 어떤 문제를 일으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지를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ApoE4 유전자의 지시로 생성되는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뉴런)에 영양분을 공급하려면 뉴런 표면 수용체인 소틸린(sortilin)과 결합해야 하는데 이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수행한 독일 막스 델브뤽 분자의학센터(MDC) 과학자들은 26일(현지시간) 저널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ApoE 단백질은 인간의 뉴런에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종의 배달서비스를 담당한다.
ApoE 단백질이 실어나르는 영양분 중에는 신경세포 막 구성에 꼭 필요한 고도 불포화 지방산도 포함된다.
ApoE 단백질이 소틸린과 협력해 뉴런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을 '세포 이물 흡수(endocytosis)'라고 하는데 ApoE 4형과 소틸린이 만나면 이 시스템이 고장 났다.
ApoE 단백질을 끌고 뉴런 안으로 들어간 소틸린은 짐을 부리고 나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세포 이물 흡수 기제가 계속 작동한다.
그런데 ApoE4 형과 함께 떠난 소틸린은 뉴런 안에서 서로 뭉쳐 세포 표면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이렇게 배달서비스가 망가져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면 뉴런이 쇠약해져 염증을 일으키고, 빠른 노화 과정을 거쳐 사멸에 이르게 된다.
ApoE 2형과 ApoE 3형은 똑같이 소틸린과 결합해 영양분을 나르면서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약 15%를 점유하는 ApoE 4형 보유자는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킬 위험이 ApoE 3형 보유자의 12배나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인간과 유사한 지질 대사를 일으키게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 모델에 실험했다.
연구를 이끈 토마스 빌노브 교수는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 전략을 세우는 토대를 마련했다"라고 평가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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