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적용 스스로 판단…지구에 알려야 할 정보만 골라서 전송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밖 다른 행성이나 달(위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탐사하는 '로버'가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을 내릴 만큼 똑똑해진다.
현재 '붉은 행성' 화성에서 활동하는 로버는 수억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 관제소에 일일이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움직이고 있다. 화성만 해도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10분 안팎으로 신호가 도달할 수 있지만,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으로 탐사영역이 넓어지면 신호 전송에 5~7시간씩 걸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버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장착해 현장에서 탐색할 광물을 알아서 찾아 분석하고 지구 관제소에 보고할 내용도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해 전송하는 '똑똑한' 로버를 파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우선은 올해 7월에서 2022년으로 발사가 연기된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의 '엑소마즈(ExoMars) 미션'의 '로잘린드 프랭클린' 로버에 시험 적용하고 이후 화성보다 더 먼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 탐사에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 로버'는 우주탐사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효율을 기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다.
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GSFC) 방문과학자인 빅토리아 다 포이안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주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구화학 분야 국제회의인 '골드슈미트 콘퍼런스'에서 이에 관한 희망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신경망 알고리즘에 암석 샘플을 분석해 유기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첨단 질량분석기인 '모마'(MOMA·화성유기분자분석기)의 분광실험 자료와 암석 샘플 분석을 학습시킨 결과, 알 수 없는 광물의 분광 결과를 94%의 정확도로 분류하고 이전 샘플과 87%의 정확도로 일치시키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골드슈미트 콘퍼런스에 따르면 다 포이안 연구원은 "이는 우주탐사에서 선견지명을 가진 조치"라면서 "인간이 우주탐사에서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판단 능력을 키워 가장 관심도가 높거나 시급히 전달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골라 전송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로버가) 우선순위를 정해 자료를 전송할 필요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가 누락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를 위해 현장에서 자료를 분석해 지구 관제소의 지시 없이도 장비를 조정해 다음 작업을 진행하고 가장 흥미 있는 자료만 지구로 전송하는 스마트 알고리즘 개발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GSFC 행성환경연구실의 에릭 라이네스 연구원은 "로버가 '여기서 생명체를 찾았다'라고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할 필요가 있는 확률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예컨대 '2018년 7월 24일 분석한 샘플과 유사한 인지질(燐脂質)이라는 것에 87% 확신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버가 발견한 것을 인간이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지만 1차로 거르는 작업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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