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시행 직후 조슈아 웡·지미 라이 체포될 것"

입력 2020-06-29 13:57  

"홍콩보안법 시행 직후 조슈아 웡·지미 라이 체포될 것"
웡, 美에 '홍콩인권법' 촉구…라이는 '반중' 신문 사주
"민주화 인사 대규모 체포 우려"…'홍콩독립연맹' 창립자는 해외 도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통과돼 시행된 직후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들이 체포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29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의 주역으로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왕단(王丹)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왕단은 "2주일 전 베이징에 있는 외국인 기자에게서 6월 말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7월 1일 지미 라이(黎智英)와 조슈아 웡(黃之鋒)이 체포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오늘 이 두 사람이 이처럼 쉽게 체포된다면, 내일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체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소식통은 "7월 1일 이 두 사람이 당장 체포될 가능성은 작지만, 중국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반중란항'(反中亂港·중국을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힘) 인사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인대 상무위는 30일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킬 전망이며, 통과 직후 홍콩 정부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이 법을 삽입,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홍콩 주권반환 23주년인 7월 1일부터 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조슈아 웡과 지미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로, 최근 이들이 홍콩보안법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79일 동안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당시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해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한 지미 라이는 1989년 중국 정부의 6·4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미 라이 본인도 우산 혁명과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닥칠 위험을 예견한 듯한 모습이다.
조슈아 웡은 "나에게 이러한 상황을 얘기한 사람이 왕단 한 사람만이 아니다"며 "우리는 모든 힘을 쏟아 우리가 사랑하는 홍콩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홍콩보안법이 시행된다면 내가 바로 그 타깃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미 라이는 "며칠 전에 이러한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홍콩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들어 지미 라이 주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그를 미행하고 있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한편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단체인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 찬(陳家駒)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홍콩을 떠났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웨인 찬은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많은 정치 인사가 체포될 것"이라며 "홍콩보안법이 주요 도화선이 돼 홍콩을 떠나게 됐지만, 내가 (투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9일 100만여 명의 홍콩 시민이 모여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일 당시 완차이 지역에서 불법 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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