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들 "빗물·소변 마시며 생존"

입력 2020-06-29 12:53  

인도네시아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들 "빗물·소변 마시며 생존"
방글라서 말레이 향해 넉 달 전 출항…"15명 시신 바다에 수장"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어부들이 지난 24일 표류 선박에서 구조한 로힝야족 난민들이 그간의 고난에 대해 털어놨다.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들은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말레이시아를 향해 넉 달 전 배를 타고 출발해 항해 중 15명이 숨졌고, 나머지는 식량은 물론 식수도 부족해 빗물·소변을 마시며 버텼다고 밝혔다.



29일 일간 콤파스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수마트라섬 북아체 앞바다에서 어부들이 고장 난 보트에 타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들을 발견, 보트가 침몰하는 것으로 보이자 자신들의 어선에 옮겨 싣고 해양 당국에 신고했다.
구조된 난민은 남성 17명과 여성 49명, 어린이 32명, 영아 1명 등 총 99명이다.
당국은 이들에게 예전 이민사무소를 임시 거처로 제공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부터 했다. 난민들은 모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난민들은 조사관에게 "2월 말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발루칼리 난민 캠프를 출발했고, 항해 중 15명이 숨졌다"며 "병들거나 맞아서 숨진 사망자의 시신은 바다에 던져졌다"고 주장했다.
생존자 라시드 아흐맛(50)은 "이민 브로커들은 우리를 때렸다. 맞은 난민 중 한 명은 죽었다"며 "식량이 점점 떨어지자 브로커들은 우리를 다른 배에 태우고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생존자 지하부르 라흐만 빈 사피룰라(35)는 "항해 중 쌀과 견과류 조금에 의지해야 했다. 때때로 비가 오면 젖은 옷을 짜서 물을 마셨다"며 "죽은 사람의 시신은 바다에 던져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코리마 비비(22)는 "소변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며 "식량과 식수가 모두 부족했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두 자녀를 데리고 배에 탔던 여성이 항해 중 숨져 아이들만 남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구조된 난민 중에는 임신부도 포함됐다.
국제이주기구(IMO)는 로힝야족 난민들의 말을 빌려 "브로커들이 말레이시아 밀입국 대가로 1인당 2천300 달러(276만원)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로힝야족 70여만명은 2017년 8월 말 미얀마 라카인주(州)에서 미얀마군에 쫓겨 방글라데시로 피해 난민촌에 모여 있다.
이 중 일부는 브로커를 통해 배를 타고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 밀입국하려고 시도 중이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는 수 만명의 로힝야족(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는 등 관용을 베풀어 '로힝야족의 안식처'로 꼽혔으나 코로나 사태 발생 후 난민 유입에 따른 감염 확산을 우려해 해안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말레이시아 무히딘 야신 총리는 26일 아세안 정상들과 화상 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수용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는 로힝야족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도네시아가 로힝야족 난민 99명을 구조한 것을 두고 국제인권단체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내부에서는 이들을 정착시킬지와 로힝야족 난민의 추가 입국 우려로 의견이 분분하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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