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입국금지 없었으면 피해 더 커졌을 수도…태국 관련 온라인서도 '주의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부인이 태국 왕실의 공주이고 자신이 태국 군부 고위층과 친분이 있다고 속여 한국인 투자자들에게 거액을 가로챈 혐의로 50대 한국인이 태국에서 검거됐다.
30일 주태국 한국대사관(이욱헌 대사)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전날 대사관 측과 협조해 윤모(55) 씨를 불법체류 및 여권 미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태국 이민국에 주소를 거짓으로 신고한 뒤 주거지 및 전화번호를 자주 바꿔가며 불법 체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는 태국 남부 송클라주 핫야이시에서 600억원대에 달하는 우물 파는 사업을 유치해준다고 속여 지난해 말부터 태국에 입국한 한국인 A(55)씨 등 투자자 5명으로부터 3억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대사관에 따르면 윤씨는 자신이 태국에서 승려로 활동하고 있고, 부인이 태국 왕실의 공주여서 태국 군부 고위층과 잘 안다고 거짓말을 하며 투자자들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과정에서 동자승들을 배경으로 합성한 듯한 사진과 왕실 공주라고 속인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대사관 측은 전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중간에 의심도 갔지만, 윤씨 언변이 너무 좋은 데다 아내가 공주이고 태국 군부 고위급과 친분이 있다면서 힘이 있다고 해 경찰에 신고하기가 무서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투자자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이들에게 아내를 소개해주거나,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하기도 했다.
윤씨는 현지 교민보다 태국 물정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점을 이용하기 위해 한국 내 투자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자신들 외에도 이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한국에 더 있었고, 투자를 약속한 금액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 중순부터 비행편이 막혀 태국에 입국하지 못했다면서, 이들이 입국했다면 피해가 더 커질 뻔했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들 외에도 태국 내 교민들을 상대로 윤씨가 사기 행각을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씨를 만난 적이 있다는 한 태국 교민 A씨는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만나자마자 제품 판매처를 알아봐 주겠다면서 태국 굴지 재벌 회장이라는 사람에게 전화 통화를 하고, SNS 메신저를 연결해주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다"면서 "사기라는 생각이 들어 이후 연락이 와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사관측은 이미 수년 전부터 태국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국인 윤00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조정미 경찰 영사는 연합뉴스에 "피해자들은 한국으로 돌아가 윤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면서 "국내에도 윤씨 사기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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