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열도가 공무원에게 주는 여름 보너스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예년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공무원만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30일 일반 행정직 국가공무원(평균 35세)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68만엔(약 760만원)의 여름 보너스를 일제히 지급했다.
일본에서는 '기말 근면수당'이라는 명목의 여름·겨울 보너스를 공무원의 경우 6월과 12월 등 매년 두 차례 주는데, 올해 여름 보너스가 이날 나간 것이다.
올해 여름 보너스 지급액은 작년 민간기업의 임금 인상을 반영해 평균적으로 1천엔(약 1만여원) 올라 8년 연속으로 전년 대비 플러스를 기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는 작년보다 6만엔 많은 404만엔(약 4천500만원), 다른 각료들에게는 5만엔을 더한 337만엔이 지급됐다.
총리 등 특별직은 2012년부터 행정개혁 의지를 보여준다는 취지로 총리의 경우 급여의 30%, 다른 각료는 20%를 반납하고 있는데, 이번에 지급한 보너스 액수는 반납분을 차감한 수치다.
여름 보너스 최고액 수혜자는 577만엔을 받은 최고재판소 장관(한국의 대법원장)이었고, 그다음이 535만엔씩을 받은 중·참의원(하·상원) 의장(한국 국회의장)이었다.
국회의원은 319만엔, 중앙부처 사무차관은 328만엔을 받았다.
이날 일본 국가공무원의 여름 보너스가 8년째 올랐다는 내용이 보도된 뒤 인터넷 공간에서는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공무원들만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나라 전체가 궁지에 빠져 빚투성이고, 국민은 돈 마련과 재기를 위해 허덕이는데 (공무원들이) 어떻게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누구보다도 국회의원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작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금품을 뿌린 혐의가 드러나 구속된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상 부부가 각각 중·참의원 신분으로 여름 보너스 수혜대상이라는 점이 비난 여론을 증폭시키고 있다.
yb1*****이란 ID의 한 네티즌은 "일하지 않는 가와이 부부에게 주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고 썼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대책으로 마스크(일명:아베노마스크)를 배포하는데 200억엔 이상 썼는데, 실제로 사용하는 국민은 10%도 안 된다"며 세금을 허투루 낭비했으니 다음 보너스는 공무원 전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국가경제가 어려워진 점을 이유로 각료와 국회의원의 여름 보너스 반납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답했지만 그후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