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특사 만난 뒤 "계속 작업"…비판 여론 감안한 듯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0일(현지시간)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일부 지역에 대한 합병을 당장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에이비 버코위츠 미국 백악관 특사,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를 만났다고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와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버코위츠 특사 등과 면담을 마친 뒤 "나는 주권 문제를 논의했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작업 중이고 며칠 동안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권 문제는 요르단강 서안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하는 방안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7월 1일 서안 합병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중도 성향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 대표인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과 타결한 새 연립정부 합의안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의회, 내각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들과 요르단계곡을 합병하는 법안을 추진할 수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미국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요르단강 서안 일부에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합병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이스라엘 안팎의 반발을 의식해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간츠 장관은 29일 버코위츠 특사 등과 만나 서안 합병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이 절박한 문제라고 말했다.
내년 11월 총리직을 이어받을 간츠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 비해 팔레스타인 정책에서 유연한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국제사회도 네타냐후 총리의 서안 합병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9일 성명으로 이스라엘의 서안 합병이 불법이고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권 국제기구 아랍연맹(AL)도 올해 4월 이스라엘의 서안 합병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새로운 전쟁범죄라고 규탄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점령한 지역이며 이스라엘은 이곳에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정착촌을 계속 건설해왔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30일 예루살렘에서 브라이언 훅 미국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도 만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저지하려면 이란에 대한 더 많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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