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계정 삭제·정당 해산·민주화 지지 포스터 제거
영국, 시민권 획득 기회 제공…호주도 피난처 제공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예상보다 가혹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에 한기가 흐르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일(현지시간) 홍콩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전하고 영국과 호주가 이민을 받겠다고 나서 홍콩인들의 '헥시트'(Hexit·Hong Kong+Exit)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대거 계정을 지웠고,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역 중 한 명인 조슈아 웡(黃之鋒)이 속한 데모시스토당(香港衆志)은 해산했다. 식당과 카페들은 홍콩민주화를 지지하는 포스터를 제거하면서 홍콩에 냉기가 돌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현지 주민들이 오래 누려온 언론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고, 다른 중국인들처럼 중국 정부를 비판할 경우 종신형을 받을 위협에 처하게 한다고 WP는 지적했다.
외국과 연계되거나 해외에 자금줄이 있는 조직을 광범위하게 단속할 수 있는 지위를 정부 쪽에 주는 등 예상보다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국 세력과 공모·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에 최대 종신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이 법에 담겼다.
다른 이들의 유죄를 입증할 정보를 제공하면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경찰의 권한은 크게 확대된다. 전자 장비를 갖추는 한편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피의자를 상대로 도청, 감시, 미행 등을 할 수 있다.
이미 홍콩 독립을 지원하던 단체들은 조직 운영을 중단하고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호펑 헝 존스홉킨스대 정치경제학자는 WP에 "언론인뿐만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학자 등 모두의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궁극적으로 기업들을 비롯해 홍콩의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주민들이 대거 홍콩에서 탈출하는 헥시트가 본격화할지도 주목된다.
이미 중국 정부 측에 2주간 감금돼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전 홍콩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은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 소지자 중 처음으로 영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승인받았다.
앞서 영국 정부는 과거 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 주민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5년간 거주·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되 이후 정착 지위를 부여하고,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BNO 여권 보유자는 비자 없이 6개월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다.
지난 2월 기준 BNO 여권 소지자는 35만명에 달하지만, 과거에 이를 가졌던 이들을 포함하면 모두 2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호주 정부도 홍콩 주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영국이 홍콩 주민들에게 제안한 것과 비슷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우리는 나서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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