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에는 하늘을 나는 뱀이 있다. '파라다이스 나무 뱀'(paradise tree snake)이라는 이 뱀은 높은 나뭇가지에서 날다람쥐처럼 몸을 날려 안정된 자세로 활공해 다른 나무에 내려앉는다.
크리소펠레아과에 속하는 이 뱀은 날개나 팔다리가 없는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연하고 긴 몸을 가진 이 뱀이 어떻게 안정된 자세로 날 수 있는지는 수수께끼였다.
미국 버지니아공대(Virginia Tech) 바이오 의공학·기계학과 제이크 소차 교수는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서 3차원 모델을 만들어 파라다이스 나무 뱀의 비행을 분석한 결과 안정된 자세의 비결은 공중에서 몸을 좌우로 흔드는 동작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소차 교수는 뱀 비행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20여년간 뱀 비행의 생체역학을 측정하고 모형화해 분석해왔다. 2014년에는 이를 토대로 뱀이 활공할 때 몸이 납작해져 면적이 2배로 넓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뱀이 하늘에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소차 교수는 이를 밝혀내기 위해 항공우주·해양공학과 셰인 로스 교수 등과 다학제 연구팀을 꾸려 실제 뱀의 활공을 130여차례 측정하고, 뱀의 움직임, 질량 분포, 몸에 작용하는 힘 등을 분석한 다음 3D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4층 높이 실내공간인 모스아트센터에 실험실을 차리고 뱀 몸에 적외선 반사 테이프를 11~17개 붙인 다음 8m 높이에서 활공하게 한 다음 23대의 고속카메라로 촬영해 뱀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 뱀이 활공할 때 항상 나타나는 현상인 '공중에서 몸 좌우로 흔들기'(aerial undulation)가 뱀의 안정된 자세 유지에 결정적인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험에서 다른 조건들은 그대로 유지한 채 몸을 좌우로 흔드는 것만 중단시키자 뱀의 몸이 불안정해지면서 공중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좌우로 몸 흔들기가 공중에서 뱀의 회전 안정성을 높여준 것이다.
또 몸을 좌우로 흔드는 것은 뱀이 활공할 때 몸이 뒤집어지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수평과 수직 이동거리도 늘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차 교수는 "수년 동안 뱀이 활공하는 것을 1천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여전히 신기하다"며 "대학원생 시절 가졌던 '뱀은 어떻게 비행하나?'라는 의문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답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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