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내 조성 계획 보고하라"…2026년 7월4일 개장 목표
"콜럼버스 등 노예제·원주민 착취 초래한 인물들 논란일 것"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의 조형물을 세울 '국립 정원'을 조성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고 영국 BBC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동상 파괴범들에 맞서야 한다며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장소를 포함한 국립 정원 조성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여기에 실물과 같은 동상을 세우도록 주문했다.
국립 정원은 교외의 자연경관이 뛰어난 지역에 조성 예정으로 오는 2026년 7월 4일 개장을 목표로 삼았다. 주 정부나 민간 조직에는 동상을 기부하도록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립 정원에 세우려는 인물상 목록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BBC가 전했다.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과 같은 건국의 아버지,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이끈 데비 크로켓, 복음주의 기독교의 대표적 인물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세계 제2차대전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조지 패튼 등이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흑인 노예해방운동가인 해리엇 터브만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등의 인물상도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발견과 발전, 독립 등에 기여한 미국 출신 외의 인물상도 세울 예정이어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주니페로 세라, 마르키스 드 라파예트 등이 대표적이다.
콜럼버스와 스페인 선교사인 세라의 활동으로 백인 제국주의자들이 자행한 노예제와 미국 원주민 착취가 이어졌고, 또 미국 초기 경제 개발이 노예제를 이용해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에 흑인 사회에서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프랑스 귀족 출신의 라파예트는 영국을 상대로 한 독립전쟁에서 주요 전투의 승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세우려는 조형물을 보면 어떤 인물을 추앙하려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공화당 출신의 대표적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지난 150년 동안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또 강경 보수파 대법관으로 통하는 안토닌 스컬리아가 대법원 판사 중에는 유일한 인물로 보인다.
대부분 1950년대 초등학교 역사책에서 뽑아온 인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는 '위대한 미국'의 시대다.
이는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시위대 일부가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을 기리는 조형물을 파괴한 데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적 대응이라는 게 BBC의 해석이다.
특히 미국 남북전쟁 과정에서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인물상이 집중적으로 파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연합의 상징 역시 역사적 유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옹호했으며, 사우스다코타 러시모어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는 기념물을 무너뜨린 시위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 미국 역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인식이 늘고 있지만, 국립 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예외주의'라는 인식을 미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BBC의 주장이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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